'주가조정' 반대매매 폭탄 우려…"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낮아”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감 등으로 우리나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이 시스템 리스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주가 조정기가 도래할 경우 일시적인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져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주식시장팀은 4일 '개인 레버리지 주식투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2025년 하반기 이후 개인 순매수 규모와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신용융자잔고와 고객예탁금이 동반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은이 지난달 28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위해 작성한 주요 이슈 참고자료 성격으로 이날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레버리지 투자 규모는 매수 주식을 담보로 하는 신용융자·미수와 기보유 주식을 담보로 하는 증권담보대출·스탁론 등을 포함해 추산됐다. 개인 레버리지 투자 증가세는 증권사의 중장기 대출 상품인 신용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이 이끌었다. 특히 중동 사태 등 대외 악재로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도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입 투자가 이어졌다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레버리지 붐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자리잡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의 신용융자잔고는 작년 하반기 2조원대에서 올해 4월 8조원에 근접하며 세배 이상 폭증했다. 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수혜를 입은 2차전지·전력기기, 자동차·로봇 등 기술주 중심으로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거 확대됐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쏠림이 두드러졌다.
다만 한은은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확률은 낮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 한도 내에서만 신용공여를 할 수 있고 주가 급락 시에도 담보 주식을 임의 처분(반대매매)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은 기업금융 활성화와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있어 개인 신용공여를 무한정 늘리기 어렵다.
그러나 근래의 주가 급등 과정에서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며 뒤늦게 뛰어든 후발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의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향후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서다. 한은은 주식을 담보로 한 증권사 차입 뿐 아니라 신용대출, 온투업 등 연계금융을 활용한 넓은 범위의 레버리지 주식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 레버리지 투자 누증 부담은 주가 급락 과정에서 반대매매 등을 통해 위험회피심리를 자극해 연쇄 매물을 출회시키고 주가변동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개인 레버리지 투자가 주식시장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