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기초의원 '깜깜이 선거'⋯경쟁 사라진 지방의회 [선택, 6·3 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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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무효표 90만표, 광역단체장의 2.6배
정당 표식 없어 '줄투표·로또 선거' 오명 반복
무투표 당선 513명⋯4년 전 이어 500명대
러닝메이트제·중대선거구 확대 번번이 좌초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열린 선관위 주최 TV 토론회에 앞서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만중, 조전혁, 정근식 후보. (사진=연합뉴스)

유권자 손에는 최대 8장의 투표용지가 쥐어졌지만, 정작 후보와 정책을 가장 알기 어려운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후보 얼굴은 물론 공약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선택해야 하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다. 정당 기호가 없는 교육감 선거와 한 정당이 여러 후보를 내는 기초의원 선거는 매 선거 때마다 '누구를 찍는지 모른 채 투표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기본 7장,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실시된 14개 선거구에서는 최대 8장의 투표용지를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가운데 교육감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는 후보 및 정책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해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2010년 직선제 전환 이후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고 기초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탓에 같은 정당 후보들이 'ㄱ·ㄴ'으로 나뉘어 경쟁했다.

무효표가 말하는 '정보 비대칭'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개표현황 자료 본지 정리)

깜깜이 선거의 근거는 과거 통계에서 이미 잘 드러난다. 본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현황을 시·도별로 분석한 결과 2022년 지선에서 시·도교육감 선거의 무효표는 90만3249표로 무효투표율은 4.00%였다. 같은 날 치러진 광역단체장 선거(1.56%)의 2.6배다.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에서 교육감 무효표율이 광역단체장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유일한 예외는 울산(1.49%)뿐이었다.

편차도 컸다. 무효표율은 강원이 7.65%로 가장 높았고 경북(5.58%)·전남(5.48%)·충남(5.23%)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만 21만7449표(4.88%)가 무효 처리됐다. 가장 낮은 울산(1.49%)과는 5배 차이다. 같은 제도, 같은 날 투표인데 교육감 용지에서만 무효표가 튀어 오른 것이다.

관심도도 낮다. 선관위가 2022년 지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 관심도는 43%로, 광역단체장(74.1%)·기초단체장(71.3%)에 크게 못 미쳤다. 정당 표식이 없다 보니 유력 정당과 같은 순번에 배치된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줄투표' 현상이 나타나고 추첨으로 게재 순서가 갈린다는 점에서 '로또 선거'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선관위가 후보 이름을 투표용지마다 돌아가며 배치하는 순환배열(교호투표)을 도입한 것도 이 쏠림을 막기 위해서였다. 정보가 적을수록 위치와 순번이 표를 가른다는 얘기다.

'한 정당 복수공천'이 만든 무투표 500명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KBS한국방송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비례대표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혁신당 한가선, 국민의힘 최원선, 더불어민주당 이인애, 정의당 김혜정, 개혁신당 김영임 후보. (사진=연합뉴스)

기초의원 선거의 문제는 결이 다르다. 2006년 4회 선거부터 중선거구제가 도입되면서 한 정당이 선출 인원만큼 후보를 복수 공천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거대 양당이 의석을 1∼2석씩 나눠 갖는 구조가 굳어졌다. 후보 등록 마감(5월 16일) 기준 이번 선거에서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는 513명으로, 광역·기초의원 510명과 기초단체장 3명이다. 직전 2022년 8회 선거(509명)를 웃도는 규모로, 두 차례 연속 500명을 넘었다.

특정 정당의 텃밭에서만 나타나던 현상도 아니다. 이번 무투표 당선자의 43%(223명)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렸다. 2명을 뽑는 선거구에 양당이 한 명씩만 내면 경쟁 없이 당선이 확정되는 구조가 수도권까지 번진 결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무투표 당선자의 95%가 2인 선거구에서 나왔다. 기초의원 양당 당선 비율은 2006년 77.9%에서 2018년 90.4%, 2022년 94.3%로 꾸준히 높아졌다. 공천이 곧 당선인 구조에서, 유권자의 선택권은 후보 등록 마감과 동시에 사라진다.

14년 반복된 개편론, 번번이 좌초

▲6·3 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주민편의복합청사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해법은 매번 제시됐지만 멈췄다. 교육감 선거에선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함께 내세우는 러닝메이트제, 직선제를 폐지하는 임명제 등이 거론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12월 러닝메이트제를 제안하고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9월 법안을 발의했지만 헌법 31조가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론에 막혀 있다.

정당이 있어도 깜깜이, 없어도 깜깜이였다. 한 정당이 여러 명을 공천한 기초의원 선거에선 양당이 의석을 94.3%까지 나눠 가졌고 정당을 뺀 교육감 선거에선 무효표가 광역단체장의 2.6배로 쏟아졌다. 정반대 방향의 두 제도가 똑같이 깜깜이로 귀결되는 것은 문제의 뿌리가 정당의 유무가 아니라 유권자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정당정치에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대안으로는 정당을 없애기보다 공천을 투명화하고 중대선거구를 넓히는 방안이 꼽힌다. 다만 양당은 2022년 11곳에 3∼5인 선거구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이번 6·3 선거에서도 일부 지역을 늘리는 데 그쳤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을 아예 없애자는 폐지론도 거론됐다. 2012년 대선 당시 여야가 함께 공약했지만 정당을 치운 자리를 지역 토호가 채울 뿐이라는 반론이 따랐고 결국 여야 합의 실패로 2014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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