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만4000ha 피해 교훈…진단·약제 검정까지 현장 맞춤 대응

벼멸구 대응이 피해가 확인된 뒤 약제를 뿌리는 방식에서, 해외 유입 경로를 미리 읽고 지역별로 약제를 골라 쓰는 방식으로 바뀐다. 2024년 이상고온 속에서 벼멸구 피해가 전국 논 3만4000ha로 번졌던 만큼 올해 방제의 관건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를 넘어 ‘어디로 들어올지 먼저 좁혀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벼멸구 피해를 막기 위해 ‘예측-진단-방제’ 통합방제체계를 구축하고 이달부터 현장 지원에 나선다.
벼멸구는 국내에서 월동하지 못하고 중국 남부 등에서 기류를 타고 들어오는 대표적인 비래해충이다. 유입 초기에는 논 안에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고온 조건이 이어지면 짧은 기간에 개체 수가 급증한다. 벼 줄기의 즙액을 빨아먹어 생육을 떨어뜨리고, 피해가 커지면 논이 누렇게 마르는 ‘호퍼번’으로 번진다.
2024년 피해는 단순한 병해충 발생을 넘어 농업재해로 인정됐다. 당시 농식품부는 벼멸구 발생 면적 3만4000ha에 대해 피해조사를 거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벼멸구와 호우 등으로 피해를 본 벼 수매 희망 물량도 4만6457 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수매 희망 물량의 3.5배가 넘는 규모다. 병해충 대응 실패가 곧 쌀 생산과 농가 경영안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농진청이 이번에 내놓은 핵심은 유입 예측이다. 서울대·국가농림기상센터와 함께 베트남·중국에서 출발하는 기류를 분석해 벼멸구가 이동 중 살아남을 가능성, 국내 유입 경로, 하강 예상 지점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유입 시기와 지역을 미리 좁혀 지방자치단체와 현장 예찰 인력이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측 정보는 6월부터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을 통해 시범 제공된다. 농진청은 앞으로 자동 문자 알림 서비스와도 연계해 농가와 지자체가 유입 가능성을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중국과 2001년부터, 베트남과 2019년부터 이어온 비래해충 예찰 협력이 현장 예보 체계로 이어지는 구조다.
유입 예측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진단 속도도 끌어올린다. 농진청은 강원대학교와 공동으로 멸구류를 정확히 구별하는 신속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현장에서는 일정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해 특정 해충 여부를 확인하는 LAMP 진단법을 활용하고, 실험실에서는 여러 시료를 한꺼번에 판별할 수 있는 KASP 마커를 적용한다.

약제 선택도 지역별로 달라진다. 같은 벼멸구라도 어느 지역에서 채집됐는지, 언제 유입됐는지에 따라 약제가 듣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농진청은 약제가 코팅된 밀봉 유리병에 벼멸구를 넣어 살충 시간을 확인하는 바이알코팅법을 보급한다. 기존 유묘침지 방식은 검정에 24~36시간이 걸렸지만, 바이알코팅법은 15분~4시간 안에 약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농가에 단순히 “방제하라”고 알리는 수준을 넘어 어떤 지역에 언제 유입될 가능성이 크고, 현장에서 확인된 해충이 무엇이며, 어떤 약제가 실제로 듣는지를 연결하는 체계다. 피해 발생 뒤 일괄 방제에 나섰던 기존 방식보다 예찰 인력과 약제 사용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손지영 농진청 작물환경과장은 “벼멸구는 유입 초기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기온 등 생육 조건이 맞으면 짧은 기간에 급격히 증식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지자체와 협력해 신속 진단과 약제 검정 기술을 농가 현장에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기후 변동으로 병해충 발생 시기와 확산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벼멸구 방제는 사후 복구보다 선제 차단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