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 줄 알았는데 도박"⋯청년들 무너뜨린 '합법 도박'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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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스포츠 경기와 정치 이벤트 결과에 돈을 거는 이른바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이 급성장하면서 청년층의 도박중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측 시장 업체들은 이를 도박이 아니라 금융 투자 상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경기나 선거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걸고 수익을 얻거나 잃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실상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플랫폼은 18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어 청소년과 대학생 등 젊은 층의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만 예측 시장이 합법적으로 운영되지 않지만 온라인 도박이 10~2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 경비 벌려다 전 재산 잃었다"⋯청년층 파고든 예측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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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28일(현지시간) 예측 시장 플랫폼 이용이 청년층 사이에서 급증하면서 중독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18세 고등학생 앤드루는 친구들과의 그리스 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받은 500달러(약 75만원)를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에 투자했다.

그는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거래를 통해 하루 만에 2200달러(약 330만원)를 벌었고 이후 아르바이트 수입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플랫폼 이용을 이어갔다. 그러나 손실이 발생하자 다시 돈을 넣어 만회하려 했고 결국 수천달러를 잃었다.

앤드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경기 결과 예측) 거래만 하게 됐다"며 "점점 스포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도박 아닌 금융상품' 분류⋯18세도 이용 가능

▲폴리마켓(Polymarket)과 칼시(Kalshi) 로고. (사진제공=Kalshi)

현지에서 해당 사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예측 시장 플랫폼이 미국 법상 도박이 아닌 금융상품 거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칼시와 폴리마켓(Polymarket) 등은 스포츠 경기, 대선 결과, 금리 결정, 시상식 수상 여부 등 특정 사건의 결과를 거래하는 '이벤트 계약' 상품을 운영한다. 이들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으며 대부분 주에서 21세 이상만 가능한 스포츠 베팅과 달리 18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규제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최근 CFTC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스포츠 관련 예측 거래의 최소 이용 연령을 21세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네소타주는 예측 시장 플랫폼 금지 조치에 나섰으며 미국 의회에서도 관련 규제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름은 달라도 구조는 비슷⋯국내 청소년도 ‘결과 예측형 베팅’ 노출

▲연령별 도박 중독 진료 환자 수 추이. (AI 기반 편집 이미지)

미국에서 논란이 된 예측 시장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칼시나 폴리마켓처럼 정치·경제·스포츠 이벤트 결과를 금융상품처럼 사고파는 플랫폼은 아직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

다만 경기 결과나 실시간 게임 결과를 예측하고 돈을 거는 온라인 베팅은 국내 청소년과 청년층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예측 시장이 ‘투자’라는 이름으로 청년층에 접근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스포츠 승부예측과 온라인 카지노, 라이브 베팅 등이 ‘게임’이나 ‘부업’처럼 포장되는 양상이다.

이용자는 경기 승패, 점수, 실시간 게임 결과 등을 맞히는 방식으로 돈을 걸고 결과에 따라 수익이나 손실을 경험한다.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박보다 ‘예측’, ‘분석’, ‘게임’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통계에서도 청소년과 청년층의 도박 문제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도박중독 진료 환자 수는 2018년 1205명에서 2023년 274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30세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30 도박중독 환자는 2018년 836명에서 2023년 1957명으로 약 2.3배 늘었다. 20대 환자는 414명에서 954명으로, 30대는 422명에서 1003명으로 증가했다.

10대 환자도 같은 기간 65명에서 167명으로 2.6배 늘었다.

스마트폰 타고 번지는 베팅⋯처음 접하는 나이도 낮아져

▲청소년 도박 경험 관련 인포그래픽. (AI 기반 편집 이미지)

청소년층에서는 온라인 도박 접근 경로가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연도별 도박 중독 상담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불법 온라인 카지노 관련 상담 건수는 2020년 112건에서 2024년 2459건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경찰청이 서울 지역 학생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청소년 도박 설문조사’에서도 도박 노출 증가세가 확인됐다. 학생 20.9%가 주변에서 도박을 목격했다고 응답해 1년 전 10.1%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도박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도 2024년 1.5%에서 2025년 2.1%로 증가했다. 특히 도박을 처음 접한 시점으로는 초등학교 5학년이 1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도 조사에서 중학교 1학년이 가장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도박 시작 연령이 낮아지는 흐름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도박 이용 방식은 온라인이 76.2%로 가장 많았고, 이용 기기는 스마트폰이 6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CNN 역시 미국 청년 이용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예측 시장 플랫폼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일부 플랫폼은 이를 ‘사이드 허슬’, 즉 부업처럼 홍보했다.

국내에서도 SNS 광고, 메신저 초대방, 불법 사이트 링크 등을 통해 청소년이 도박성 콘텐츠를 접하는 경로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 불법 스포츠토토 중심이었던 청소년 도박은 최근 실시간 카지노 게임, 온라인 슬롯머신, 라이브 베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핵심은 플랫폼 명칭 아닌 ‘도박성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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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예측 시장의 법적 성격과 이용 연령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예측 시장 업체들은 이벤트 계약이 선물·옵션 거래와 유사한 금융상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주 정부와 스포츠 단체들은 청년층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예측 시장 자체보다 청소년의 온라인 베팅 접근을 어떻게 차단할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불법 도박 사이트가 SNS와 메신저, 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는 만큼 홍보 경로 차단과 연령 확인, 사이트 단속 실효성이 함께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예측 시장이 금융상품과 도박의 경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온라인 베팅이 게임과 도박의 경계를 흐리며 청소년층에 확산하고 있다. 결과 예측과 금전 보상이 결합된 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해 쉽게 유통되면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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