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차량 90대 300억원 규모…자금유출·편법증여까지 검증

연두색 번호판을 달면 법인 슈퍼카 사적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 시행 첫해 급감했던 1억원 이상 법인차 등록은 다시 늘었고, 일부 사주는 법인 명의 슈퍼카를 자녀 귀국 시점에 맞춰 사거나 유흥비·주택 인테리어 비용까지 회삿돈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법인 차량 문제를 단순한 과시 소비가 아니라 법인자금 유출과 편법 증여로 이어지는 불공정 탈세 신호로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법인 소유 고가 차량 사적 사용, 변칙 거래를 통한 법인자금 유출, 사주 자녀 편법 증여 혐의가 있는 19개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법인들이 보유한 고가 차량은 총 90대, 가액은 약 300억원으로 전체 탈루혐의 금액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법인은 법인 명의 슈퍼카를 업무용으로 신고한 뒤 사주 일가가 골프장, 특급호텔, 백화점, 유흥주점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행태는 연두색 번호판 도입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억원 이상 법인 등록 차량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24년 3만3960대로 줄었지만 지난해 3만9429대로 다시 늘었다. 2022년 4만8894대, 2023년 5만1542대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제도 도입 효과가 일시적이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일부 법인은 8000만원 이상 차량에 붙는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해 취득가액을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운행기록부를 조작한 정황도 포착됐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한 제조업체는 시세 3억원 이상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를 보유하면서 직원 급여는 수년간 동결한 반면, 사주는 법인자금으로 고가 차량을 사 회사 전시용으로 사용했다. 고급 유흥업소 비용 약 15억원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급여 약 60억원을 과다 수취한 혐의도 있다.
한 법인은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회사에 슈퍼카를 저가로 넘긴 뒤 자녀가 사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녀에게 가공 급여 약 2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기존 거래처와 직접 거래를 끊고 자녀 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약 10억원의 통행세 이익을 몰아준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 유학 중이던 자녀의 귀국 시점에 맞춰 약 3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추가 취득한 사례도 적발됐다. 해당 자녀는 과거 미성년자였을 때 자금 동원 능력이 없었는데도 사주와 약 180억원 상당의 빌딩을 공동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취득자금 약 50억원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차량 취득·운행 내역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 기업 간 자금 흐름까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일시보관 조치,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등을 활용하고 차명계좌 이용이나 증빙 조작 등 고의적 세금 포탈이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법인의 편법·탈법적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