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허브' 왕십리역, 최고 55층 마천루·MICE 거점으로 [서울 복합개발 리포트 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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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차장 부지, 호텔·컨벤션 MICE 거점 조성
맞은편 행당동 248일대, 일반상업지 상향

왕십리역 10번 출구를 나와 고산자로를 따라 3분 남짓 걷다 보면 철 울타리로 둘러싸인 거대한 공터가 눈에 들어온다. 행당 시장 상점가와 맞닿은 성동구 행당동 293-11 일원 부지다. 불과 한 달 전인 4월 24일까지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됐던 이 공간은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와 공사 안내판, 타이어 등이 뒹굴며 적막감만 맴돌고 있다. 현장을 지키던 주차장 관리 직원 A 씨는 "현재 복합개발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발걸음을 옮겨 길 건너편 왕십리역 9번 출구 쪽 행당동 248번지 일대(왕십리역세권 4 특별계획구역)로 들어서면 더 거친 풍경이 펼쳐진다. 주차장 부지 맞은편에 있는 이곳은 수십 년간 제자리를 지켜온 낡고 낡은 저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다. 골목길 곳곳에는 개발 방식을 둘러싼 주민들의 치열한 쟁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골목 한편에는 지난달 2일 재개발 추진위원회 일동 명의로 내걸린 'SH공사 강제하는 공공개발 절대 반대! 신속한 조합설립으로 우리의 재산권을 지킵시다!'라는 붉은 글씨의 현수막이 펄럭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주민 김 씨(남성)는 "왕십리역 바로 앞은 상권이 활발하고 번화하지만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와도 노후 주거지가 그대로 방치돼 있어 지역 내 양극화가 심하다"라면서 "재개발이 제대로 추진돼서 동네가 깔끔하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248 일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MICE와 최고 55층 마천루 주거·업무 복합 '역세권 4 구역'

과거 서울 동북권의 주요 교통 요지이면서도 주변 지역의 노후화와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왕십리역 일대가 고산자로를 마주 보는 '양대 축' 개발을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미래형 복합도시'이자 명실상부한 'MICE(기업회의·포상 관광·컨벤션·전시회) 관광 중심지'로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주차장 부지였던 행당동 293-11 일원은 상업·MICE·관광 거점 기능을 전담한다. 서울시가 제18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하면서 이 부지에는 지하 8층~지상 28층 규모의 대규모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부에는 국제 수준의 관광숙박시설(호텔)과 회의장, 컨벤션 공간,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차 공공업무와 상업이 결합한 동북권 최고의 MICE 거점을 형성하게 된다. 건축위원회 심의 등 인허가를 거쳐 올해 상반기 착공,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건너편 '왕십리역세권 4 특별계획구역(대상 면적 1만1421㎡)’은 초고층 주거·업무 및 압축개발(TOD)을 담당한다. 서울특별시고시 제2024-88호에 따라 기존 준주거지역과 제3종일반주거지역이었던 부지 대부분(1만691.4㎡)이 '일반상업지역'으로 전격 용도 상향됐다. 이에 따라 기준용적률 335.8%에서 상한용적률 800% 이하, 건폐율 60% 이하를 적용받아 최고 높이 170m 이하, 지상 최고 55층 규모의 초고층 랜드마크 마천루로 거듭난다. 이곳에는 공동주택 및 오피스텔 등 총 631가구의 주택이 공급된다. 이 중에는 공공임대주택 95가구와 재개발 의무 공공주택 32가구 등 공공성 높은 물량도 포함된다.

GTX-C와 6개 노선 엮는 '슈퍼 교통 허브'

왕십리역은 현재 지하철 2호선, 5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이 교차하는 사통팔달의 요지다. 이번 복합개발을 통해 대중교통 허브의 역할은 극대화된다. 버스, 택시, 자전거, 지하철을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복합환승센터'가 건립돼 승객 동선을 최적화하고 상업시설과 연계된 체류형 종합공간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특히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개통되면 왕십리역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10분 이내에 주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접근성의 폭발적인 개선과 함께 수도권 전역을 잇는 이른바 '슈퍼 교통 허브'로 도약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개발 계획에는 상업지역 상향에 따라 34%에 달하는 공공 기여율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약 3641㎡의 공간이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임대상가, 지역필요시설 등으로 채워진다. 특히 연장 약 155.8m, 폭원 7.2m 규모의 지하 연결통로가 신설돼 복합개발지와 왕십리역이 지하로 직접 연결된다. 또 중심 도로인 고산자로와 맞물린 왕십리로의 도로 폭을 일부 구간에서 기존 30m에서 42m로 대폭 확장하고, 폭 10m 이상의 보차혼용통로와 공개공지를 확보해 역세권의 보행 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여기에 어린이집, 경로당, 커뮤니티시설, 자전거보관소 등 풍부한 생활 사회기반시설(SOC)과 함께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소방차 진입 동선 확보, 우수처리 계획 등 안전·재난 대응 대책도 촘촘히 반영된다. 성동구가 추진하는 '2040 성동 도시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현 행정타운 부지가 대규모 글로벌 비즈니스타운으로 개발되면 왕십리의 위상은 한층 더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주거지 가치 동반상승 기대감

▲서울 성동구 행당동 293-11 일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왕십리역 근처 공인중개사 대표 B 씨는 "왕십리는 사통팔달의 훌륭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도 그동안 다소 저평가됐다"며 "이번에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된 부지와 특별계획구역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상업과 주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 C 씨도 "왕십리역은 향후 GTX-C 노선을 포함해 총 6개 노선이 마련될 예정인 데다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향후 폭발적인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정 모 씨(32세·여성)는 "동네에 초고층 마천루가 들어서면 서울숲 삼부아파트나 행당 두산위브 같은 기존 단지들의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며 반겼다. 반면 왕십리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양대 대학생 신 모 씨(27세·남성)는 "역 주변 개발 부지가 한양대 먹자골목과 맞닿아 있을 만큼 가까운데, 대규모 복합개발과 철도 개통이 호재인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해 인근 청년 주거지의 월세가 더 치솟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美 IAU 교수)은 "왕십리는 이미 왕십리뉴타운 개발 등으로 신축 단지들이 안착했고 교통 요지로서 입지가 탄탄해 '이미 좋은 곳이 더 좋아지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라면서 "이번 복합개발은 호텔과 컨벤션 같은 상업·MICE 기능뿐만 아니라 주거까지 함께 들어서는 고밀 복합화 구조이기 때문에 주변 부동산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인근 하왕십리동 일대 신축이나 역에 붙어 있는 오래된 삼부아파트 등도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향후 복합개발이 본격적으로 첫 삽을 뜨고 GTX-C 노선 등 철도망이 가시화되면 자산 가치는 한 단계 더 크게 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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