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원칙 훼손 시 타 기업·산업 연쇄 악영향" 배수진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 속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

삼성전자 노사 간의 2차 사후조정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최종 불성립됐다.
중노위의 조정안을 두고 노조는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사측이 경영 원칙을 이유로 결정을 유보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양측의 팽팽한 입장 차이로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노위는 20일 삼성전자 노사에게 제시한 2차 사후조정안이 최종 불성립됐다고 밝혔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삼성전자 노조 측은 수락 의사를 밝혔으나, 사측이 수락 여부에 대해 '유보' 입장을 표명하며 서명하지 않은 것이 결렬의 원인이 됐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19일 22시경 공동교섭단은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노위 위원장이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기 직전 사측 대표 교섭위원이 시간을 요청해 오늘(20일)까지 연장됐으나, 오전 11시에 사측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결국 사후조정이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예정대로 적법하게 총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언제든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삼성전자 사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막판 합의 무산의 원인을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돌렸다.
사측은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며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타 기업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이번 결렬에 대해 "노사가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뤘고 노동조합이 양보를 많이 했으나, 근본적인 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 접근을 하지 못해 성립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결렬된 구체적인 쟁점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위원장은 "조정이 불성립됐기 때문에 내용은 서로 말을 안 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것이 타결이나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 위원장은 향후 노사가 합의해 사후조정을 다시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산업계 안팎에서는 사태 장기화 시 고용노동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박수근 위원장은 이날 고용노동부 장관과 긴급조정 건을 논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당장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고 성질이 특별하여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 조치다.
발동 절차는 노동부 장관이 중노위 위원장의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공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긴급조정의 결정이 공표되면 해당 노사는 즉시 모든 파업 및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공표일로부터 30일 동안은 어떠한 쟁의행위도 재개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 수출과 생산에서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을 고려할 때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정부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긴급조정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삼성전자 파업이 초래할 경제적 파장을 온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파업의 악영향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 사회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하고 아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국가 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과 사태 해결의 시급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