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얼마?” 닷새째 밤낮 없이 일하는 로봇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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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 AI가 생중계로 송출하고 있는 자사 로봇의 물류 창고 작업 현장. (출처=유튜브 ‘Figure’ 캡처)
103시간째 작업 중입니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 AI(Figure AI)’가 자사 로봇의 물류 창고 작업 현장을 닷새째 유튜브 생중계로 송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생중계 방송은 14일(한국시간) 오전 2시부터 시작됐다. 당초 8시간 연속 작업을 보여줄 계획으로 시작된 방송은 18일 오전 기준 103시간을 넘어섰으며, 처리한 택배 물량은 12만8000개 이상이다. 3~4초당 한 개꼴로 택배 분류 작업을 처리한 셈이다.

이번 영상이 충격을 주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로봇이 상자를 옮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상 속 휴머노이드들은 사람의 원격 조종 없이 스스로 컨베이어 벨트 위의 택배 상자를 집고, 바코드가 아래로 향하도록 방향을 맞추고, 목적지별로 분류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 로봇의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대로 이동하고, 다른 로봇이 곧바로 자리를 메우며 작업을 이어간다. 사람의 교대근무처럼 로봇끼리 ‘배터리 교대’를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생중계를 계기로 휴머노이드가 단순 시연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의 노동력으로 투입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봇 몸값, 월급처럼 따져보니

▲로봇 몸값, 월급처럼 따져보니. (사진=챗GPT AI 생성)
가장 궁금한 부분은 결국 비용이다. “로봇을 고용하는 게 사람보다 싼가”라는 질문이다.

피겨 AI는 자사 최신 로봇 ‘피겨03’의 공식 판매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글로벌 로봇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당 가격이 약 13만~22만달러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억8000만원에서 3억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월급’으로 따져보면 얼마일까. 예를 들어 2억원짜리 휴머노이드를 5년 동안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월 감가상각비는 약 333만원 수준이다. 3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 약 555만원 수준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유지보수 비용과 소프트웨어 사용료, 부품 교체 비용 등이 추가된다.

반면 사람을 고용하면 2026년 최저임금 기준 월 환산액은 약 215만원 수준이다. 얼핏 보면 여전히 사람이 훨씬 싸다.

하지만 기업들이 보는 비교 기준은 조금 다르다.

로봇 한 대 vs ‘사람 네 명’

▲24시간 물류센터, 기업이 비교하는 새로운 계산법.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피겨AI 영상 속 로봇은 사실상 24시간 작업 체계를 보여줬다. 사람은 주 52시간 제한과 휴게시간, 교대근무가 필요하지만 로봇은 충전만 하면 계속 움직인다.

즉, 기업 입장에서 휴머노이드 한 대의 비교 대상은 근로자 1명이 아니라 ‘교대조 전체’에 가까워진다.

24시간 물류센터를 운영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최소 4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야간수당과 연장근로수당, 4대 보험, 휴무 인력까지 고려하면 실제 기업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물류업계는 반복 작업과 야간 노동 비중이 높고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든 투입 가능하고 쉬지 않는 노동력’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피값보다 싼 ‘로봇 전기료’

▲커피값보다 싼 ‘로봇 전기료’.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흥미로운 건 배터리 비용이다.

피겨03의 정확한 전력 소모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추정 기준으로 보면 하루 종일 작업에 필요한 전기료는 수천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면 한 달 전기료가 수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건 전기세가 아니다. 핵심은 “휴머노이드 한 대가 실제 현장에서 사람 몇 명 몫을 안정적으로 대신할 수 있느냐”다.

특히 이번 생중계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지치지 않는 반복 작업’이었다. 피겨AI의 브렛 애드콕 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패가 없어 작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며 완전 자율 구동 상태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반응이 이어졌다. “밥도 안 먹고 쉬지도 않는다”, “단순 반복 노동은 결국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아직 실제 현장은 변수도 많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장시간 근무에 ‘실수’ 발견

▲바코드 방향이 제대로 맞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 (출처=유튜브 ‘Figure’ 캡처)
다만 업계에서는 “당장 인간 노동이 사라질 수준은 아니다”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휴머노이드는 정형화된 반복 작업에는 강하지만 예외 상황 대응 능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파손된 물건이나 예상 밖의 장애물, 갑작스러운 작업 환경 변화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기자가 생중계 영상을 지켜본 결과 로봇이 실수하는 장면도 일부 포착됐다. 택배 상자 앞에서 잠시 동작을 멈추거나, 바코드 방향이 제대로 맞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 작업은 끊기지 않고 이어졌지만, 아직 사람처럼 완벽하게 대응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가격 역시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로봇 한 대 가격이 억대를 넘는 데다 실제 현장에서는 예비 장비와 유지보수 체계까지 필요하다. 충전 시간 동안 작업 공백을 막기 위해 추가 장비를 확보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피겨AI 생중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사람보다 싸냐’가 아니라 ‘언제부터 사람보다 싸질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난과 야간 노동 부담이 큰 물류·제조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의 경제성을 계산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퇴근 없는 직원’이 등장한 순간

▲사람 대신 근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챗GPT AI 생성)
휴머노이드 로봇은 오랫동안 ‘언젠가 등장할 미래 기술’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생중계는 분위기를 바꿨다. 사람처럼 걷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로봇이 지치지 않고 같은 일을 반복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인력난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물류·제조업처럼 야간 반복 노동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자동화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아직 휴머노이드가 인간 노동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처음으로 “사람 대신 로봇을 고용하면 얼마가 들까”를 진지하게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피겨 AI의 103시간 생중계는 단순한 기술 쇼를 넘어선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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