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조동근 칼럼] ‘삼전 노조’의 성과급 파업은 자기파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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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뒤집는 행동에 정당성 상실
영업익 배분 요구 주주이익 침해해
‘AI 혁명의 과실’ 사회 비판 귀 담길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총파업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구호는 “물류를 세워 대한민국을 멈추게 하겠다”는 민노총 화물연대 구호의 판박이다.

삼전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 투명화와 샐러리캡(보상한도) 폐지”를 요구하며, 수용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되면 적게는 5조원, 많게는 10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최승호 노조 위원장은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 규모의 파업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이라는 조건절은 단순 파업이 아니라 공장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삼성전자는 회복불가의 파업 손실을 겪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5년 2월 24일 “2025년 임금·단체협약에 잠정합의”했고, 3월 5일 “최종 합의”했다. 그 효력은 익년도인 2026년에 미친다. 최종 합의의 주요 내용은 “평균 임금인상률 5.1%,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운영”이다. 2025년 합의에서 성과급 산식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향후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절차와 장치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삼전노조는 느닷없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이는 이미 체결되어 발효 중인 단체협약 사항을 임의로 중간에 뒤집은 것이다. 따라서 ‘2026년 파업’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2025년에 “처우개선을 위한 보상과 성과급 개선 TF에 대한 합의가 큰 틀에서 이뤄진 만큼 성과급 개편을 파업으로 압박하기보다 2027년 임단협에서 ‘제도 설계 의제’로 다뤄야 한다.

삼성전자가 기(旣)시행하고 있는 ‘초과이익 상여금(OPI)’은 단순 고정상여금이 아니라 이익, 투자, 업황, 사업부 성과와 연결된 변동보상이다. 상여금을 임단협의 파업 의제로 삼아 초과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의 15%를 무조건 배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주주·채권자·협력사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침해하는 것이다.

회사법의 시각에서 영업이익은 ‘주주의 몫’이다. 전체 매출에서 ‘계약에 의한 의무 지출을 차감한 잔여분’이 영업이익이기 때문이다. 주주가 최종적인 ‘위험부담자’로 인식되는 것은 주주의 청구권이 제일 후순위이기 때문이다. 남는 게 없으면 주주 몫은 없다. 이익 처분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퍼센트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익 처분을 주총이 아닌 단체협약으로 옮기겠다”는 것으로 회사법과 충돌한다.

이사는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에 따라 주주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사회가 ‘합리적 논거를 갖지 못한’ 영업이익 15%를 할당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회사의 경쟁력이 훼손된다면 주주들은 이사회에 대해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 그리고 노조의 과다한 보상으로 배당이 줄어 주가가 하락하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넓혀진 개정된 상법에 의거해 ‘배임죄’로 피소될 수 있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사업포트폴리오 부문 간, 구체적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과 ‘디바이스경험(DX)’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업무 흐름상 상류(up-stream)에 위치한 DS 위주의 성과배분은 하류(down-stream)에 위치한 DX 종사자의 반발을 낳았다. ‘내부 이익 배분 전쟁’이 ‘노·노 갈등’으로 변질된 것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노조가 산업 경쟁력이나 공급망보다 사업부별 몫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지급한 전체 주주 배당금은 11조원이다. 삼전 노조가 이번에 요구하는 성과급은 총 45조원으로 1인당 6억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보상이 ‘노조의 기여’가 아닌 ‘AI 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만들어 낸 것이려면 노조는 겸손해야 한다.

성과급을 반드시 현금으로 지급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현금 대신 ‘주식보상(RSU)’으로 상여금을 대체하고 있다. 우리도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차제에 성과급 체계를 정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호황기 성과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경기 사이클과 향후 예상되는 불황 등을 함께 고려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상 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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