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한국, COPD·독감 부담 급증…“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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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 치료제 두필루맙 허가됐지만 아직 비급여

▲이진국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가 13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주한프랑스대사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해 대표적인 고령층 호흡기 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인플루엔자 대응 전략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기 진단과 중증 예방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초고령사회 호흡기 건강의 미래’ 보건의료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엘리 본(Elly Vaughan) 이코노미스트 임팩트(Economist Impact) 보건정책 수석은 “건강한 폐는 건강한 노화의 기본”이라며 “고령층이 오래 사는 것뿐 아니라 이동성과 독립성,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데에도 폐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임팩트가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 인플루엔자 관련 하기도 감염 사망률은 전체 연령 평균 대비 약 9배 높고, COPD는 전 세계 사망원인 3위 질환으로 꼽힌다.

엘리 본 수석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COPD와 인플루엔자로 인한 건강·경제적 부담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의 인플루엔자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대 3억1600만달러(약 45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COPD 직접 의료비 역시 2050년 8600억달러(약 1257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에 COPD 조기검진 강화와 중증 치료 접근성 개선, 고령층 맞춤형 독감 예방접종 전략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특히 56세·66세 국가건강검진을 COPD 조기 발견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이동이 어려운 고령 환자를 위한 가정 내 흡입기 교육 확대와 혁신 치료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국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COPD를 “소리 없이 진행되는 대표적 고령층 중증 호흡기 질환”이라며 “국내 65세 이상 COPD 유병률은 28.1%에 달하지만 실제 진단률은 2.4%, 치료율은 2.1%에 불과하다. 특히 65세 이상 남성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COPD를 앓고 있지만 상당수는 자신이 환자인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급성 악화는 COPD 환자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혔다. 한 번의 급성 악화는 폐 기능을 약 2배 빠르게 악화시키고, 세 번 이상 급성 악화를 경험한 환자의 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공백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COPD 표준 치료는 흡입제 기반 3제 요법이지만 중증 환자 상당수는 여전히 급성 악화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허가된 생물학적제제 두필루맙은 중등도 이상 급성 악화 위험을 최대 34% 낮춘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비급여 상태다.

이 교수는 “미국·독일·일본 등 13개국 이상에서는 이미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며 “중증 COPD 환자의 호흡권 보장을 위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엔자 예방 전략 전환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내 인플루엔자 사망자 3명 중 2명은 60세 이상이고 2020년 기준 전체 독감 사망자의 83.1%가 65세 이상으로 확인됐다.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고령층에서의 인플루엔자는 단순 호흡기 감염을 넘어 심혈관·대사질환 악화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인플루엔자 감염 시 뇌졸중 위험은 8배, 심근경색 위험은 10배, 폐렴 위험은 8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에 따라 인플루엔자 정책 목표도 ‘접종률 관리’에서 ‘실제 예방 효과 극대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재 국내 65세 이상 독감 백신 접종률은 82.5% 수준이지만 고령층 사망은 여전히 높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령층 대상 표준용량 백신 효과가 약 14%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고령층은 면역노화 때문에 같은 백신을 맞아도 젊은 층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독일 등 주요국처럼 고용량·고면역원성 백신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주한프랑스대사관)

필립 베르투(Philippe Bertoux) 주한 프랑스대사는 “프랑스와 한국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라는 공동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호흡기 건강은 양국 협력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핵심 분야”라며 “호흡기 질환은 고령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의료시스템 부담도 높인다. 효과적인 예방 전략과 정책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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