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도 벅차다"는 미국, "시작도 못 한다"는 한국

기사 듣기
00:00 / 00:00

(게티이미지뱅크)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탄식이 국경을 넘어 청년 세대의 공통된 화두가 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여론조사기관 SSRS 조사 결과 미국인 76%가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을 경제적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현안으로 꼽으며 "살아있는 것 자체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상황은 한층 더 치명적이다. 단순한 생활물가 상승을 넘어 가파른 주거비 압박과 자산 격차 고착화가 청년층의 의욕을 꺾고 있기 때문이다.

美 "월급 올라도 살기 팍팍"…고물가에 짓눌린 서민들

▲미국인들의 재정적 미래에 대한 생각. (AI 기반 편집 이미지)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표는 겉보기에 양호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상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처참한 수준이다. 임금 상승 속도가 물가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든 셈이다.

SSRS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는 "지금이 돈을 쓸 때가 아니라 저축해야 할 시기"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1000달러(약 148만원)의 비상금이 필요할 때 바로 마련할 수 있다고 답한 가구는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韓 "열심히 모아도 마이너스"…청년층만 줄어든 자산

(사진=AI 생성)

한국에서는 청년들의 자산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모든 세대의 평균 자산이 4.9% 늘어나는 동안 39세 이하 청년 가구의 자산만 홀로 0.3% 감소했다. 4050 세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자산을 7.7%씩 불리는 동안 청년층만 소외된 것이다.

이는 자산 증식의 핵심인 부동산이 대부분 고령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무주택 청년들은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부채만 늘어나며 자산을 모을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실제로 올해 임대보증금은 전년 대비 10%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모 세대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수록 청년들과의 '출발선 격차'는 더욱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서 집 사려면 '14년 무소유', 끊어진 주거 사다리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 청년 평균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기간. (AI 기반 편집 이미지)

한국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서울의 높은 주거비 부담이다. 국토교통부의 '2024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청년 평균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3.9년을 모아야 한다. 이는 세계적 고물가 도시인 뉴욕(9.7년)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2026년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다시 12억원대에 진입하면서 연평균 소득이 2950만원 수준인 2030 세대에게 자가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강화된 대출 규제 역시 청년들의 발목을 잡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영끌' 전략도 막힌 상태다.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써야 하는 상황은 청년들을 주거 빈곤으로 내몰았다. 결국 비싼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청년들이 수도권을 떠나는 '주거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대안으로 공공임대 주택에만 수요가 몰리는 실정이다.

집 대신 주식으로 '영끌', 깊어지는 자산 불평등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한국 청년들은 주식 시장을 마지막 탈출구로 삼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를 이용한 국내 주식 투자 잔액은 26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층의 순자산 대비 금융자산 비중도 2019년 19%에서 2024년 27%로 크게 확대됐다. 이는 노동 소득만으로는 자산을 늘리기 어렵다는 절박함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청년층 내부의 양극화는 심해졌다. 소득 상위 청년들은 금융투자를 통해 전체 소득의 7%까지 자산을 불렸으나, 저소득 청년들은 투자 여력이 부족해 예·적금에 머물며 소득 증대 효과가 1~2%에 그쳤다. 실제로 재산으로 버는 소득 증가율(9.8%)이 근로 소득 증가율(2.4%)을 4배 가까이 앞지르면서 자산 유무에 따라 노력만으로는 격차를 줄이기 힘든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