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이주비 지원·신통기획 완성”
난개발·재정 부담 우려⋯정부 충돌 가능성도

6·3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장 선거판이 유례없는 '정비사업 10년 컷' 속도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치구에 더 많은 권한을 넘기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신속통합기획 완성’과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정비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두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절차 단축을 위해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난개발 우려가 제기될 수 있고, 대출 규제 완화 역시 중앙정부 정책 방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3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정 후보 공약의 핵심은 서울시가 쥐고 있던 행정 권한을 과감히 풀고 복잡한 절차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행정 효율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본계획·구역지정·정비계획 변경을 하나로 묶고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인가를 한 번에 처리하는 '동시신청제도'를 도입해 통상 15년 이상 소요되던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안으로 끝내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절차 병합과 동시신청제도는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돼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지형상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초반 물꼬를 트기 위한 '500가구 미만 소규모 정비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은 초기 단계의 병목현상을 구청장 재량으로 돌파하겠다는 취지지만, 서울시 전체의 일관된 도시계획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500가구 미만이라 하더라도 서울에서 자치구청장이 정비구역 지정권을 행사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구청장이 자체 승인을 내리더라도 결국 최종 조율과 광역 행정을 위해 서울시 보고 체계를 거쳐야 하니 오히려 시와 구 사이에서 조율이 안 되면 사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500가구 미만 사업들이 서울시 전체의 도시계획 체계와 맞물리지 못하고 구 단위로만 쪼개져 진행될 경우 자칫 광역 인프라 기능이 훼손된 난개발이 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오 후보는 현장 착공이 멈춘 이유를 '정부의 과도한 대출 규제(이주비 대출 제한)'로 규정하고 화살을 중앙정부로 돌렸다. 오 후보 측은 서울시 자체 '주택진흥기금'을 대폭 확충해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우회책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이주 및 착공 직전 단계에 놓인 핵심 전략 정비구역만 80개 단지(8만5000가구)에 달한다. 가구당 수억 원에 달하는 이주비를 서울시 자체 기금으로 대고 지원하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신통기획이라고 해도 결국 서울시가 사업을 촉진할 뿐이지, 클로징(마무리)은 전부 주민들이 해줘야 한다"며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만큼 빨리 가느냐, 더디게 가느냐가 결정되는데 이는 결국 사업성에 따라 갈리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가계부채 관리와 거시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중앙정부의 강고한 금융 기조 속에서 서울시의 요구만으로 대출 규제 빗장을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지방정부 수장의 권한 밖 영역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은 웬만한 중앙부처를 압도하고 사실상 국가예산의 10분의 1에 가까운 규모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단지를 다 지원할 수는 없다"며 "결국은 정부에서 금융 규제를 풀어줘야 해결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