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인사팀 점령한 AI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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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우리 팀에 새로 합류한 '영철이'는 휴가 신청을 처리하고 승진 후보자까지 추천해 줍니다."

최근 SK하이닉스 구성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사례다.

인공지능(AI)이 단순 업무 보조를 넘어 고유한 성명까지 부여받은 'AI 동료'로서 인사(HR) 시스템의 핵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년 전부터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AI를 채용과 평가의 중추로 삼아 전개해 온 결과다.

이름표 달고 SK하이닉스 입사한 AI

▲SK하이닉스 CI (사진제공=SK하이닉스)

12일 원티드랩이 개최한 컨퍼런스 '원티드 하이파이브 2026'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영철이', '코몽이', '하루(HaRu)' 등 구체적인 이름을 붙인 AI 에이전트들을 현업에 본격적으로 '입사'시켰다.

이들은 단순한 안내 챗봇 수준을 뛰어넘는다. SK하이닉스의 설명에 따르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하루'는 직원의 휴가 신청이나 회의실 예약 같은 실제 행동을 수행하며, 85개 이상의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과제를 통해 급여 계산과 인사 발령 등 복잡한 실무를 처리한다. 특히 머신러닝을 활용해 차기 리더 후보군을 추천하는 시스템까지 실험하며, 인사(HR)의 가장 민감한 영역인 '사람 선발과 배치'에 AI를 깊숙이 개입시키고 있다.

3년 전부터 'AI 인사' 가동한 한국전력

▲한국전력 본사 사옥. (사진제공=한국전력)

공공 부문에서도 AI를 통한 인사 혁신은 수년 전부터 구체화돼 왔다. 한국전력은 2023년 9월 김동철 사장 취임 이후 'HR 분석'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공공기관 최초로 2023년 말부터 HR 및 직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인재추천 시스템'을 실전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요 보직 후보자를 추천할 때 인사권자의 직관이나 단순 사내 평판이 결정적이었으나, 이제는 AI가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다면평가의 텍스트 데이터까지 분석한다.

특히 한전이 자체 개발한 감정 분류 AI 기술은 서술형 평가 속에 담긴 긍정, 부정, 중립의 맥락을 정교하게 읽어낸다. 예를 들어 "노력하고 있습니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이의 미묘한 문맥적 차이를 파악해 인재 추천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직무 역량별 인재 추천 방법' 등 4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조직 생산성을 높이고 내부 혁신의 추진 동력을 키우기 위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R 혁신의 시작은 2008년부터

(사진=AI 생성)

인사 업무에 AI를 도입한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글로벌 IT 업계 분석에 따르면, 구글은 이미 2008년부터 자체 개발한 AI 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왔으며, IBM은 AI '왓슨' 기반의 '마이카(MyCA)'를 통해 직원의 경력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직무를 제안하는 시스템을 조기에 정착시켰다. 아마존 역시 2014년부터 AI 채용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이직률 예측과 우수 인재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국내에서는 2018년경부터 롯데, SK C&C 등 대기업들이 서류 전형에 AI를 도입하며 본격적인 흐름이 시작되었다. 현재는 KB금융, 우리은행 등 금융권이 인사이동과 보직 후보 추천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삼성SDS는 워크데이의 AI 인사관리 플랫폼을 도입해 평가와 인재 관리를 자동화했다.

AI 인사평가는 공정할까

(사진=AI 생성)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인사 평가의 실질적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도구 활용도가 높은 세대에 비해 대면 소통과 정성적 업무 비중이 높은 40~50대 중년 직장인들은 AI 평가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I 기반 평가 도구는 메신저 응답 속도, 협업 툴 사용 빈도, 프로젝트 처리 시간 등 '디지털 흔적'을 기반으로 점수를 산출한다. 이 과정에서 숙련된 직원이 수행하는 갈등 조정, 리스크 판단, 멘토링 등 '기록되지 않는 성과'는 수치화되지 못하고 누락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업무 성과 자체만큼이나 그 결과물이 AI가 인식 가능한 '데이터와 언어'로 치환되는지가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AI는 도구일 뿐,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게티이미지뱅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와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 등 주요 컨설팅 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인사권자가 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더십이나 공감, 복잡한 갈등 조정과 같은 정성적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가이드라인 또한 AI의 판단이 차별을 낳지 않도록 반드시 인간의 감독과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인재를 바라보는 방식이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기술의 효율성과 공정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미래 기업 경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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