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에서 거물까지…자본시장 허리 키우는 ‘GP 육성 사다리’ [국민성장펀드 운용전쟁] 上-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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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7조원 규모의 경제 성장 마중물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선정에 81개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줄을 섰다. 운용자산(AUM) 5000억원 미만 벤처캐피털(VC)부터 수조원 자금을 굴리는 사모펀드운용사(PE), 모험자본 공급자로 나선 증권사까지 투자 기관들이 대거 운용 전쟁에 참전했다.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경쟁 구도를 살펴보고 경쟁사별 운용 능력과 경쟁력을 짚어본다.

▲여의도 증권가

국민성장펀드 출자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리그별 구조다. 대형 운용사(GP) 중심으로 흘러오던 기존 출자사업과 달리 신생·소형 운용사, 중견 하우스, 대형 GP가 각자의 체급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판을 나눴다. 자본시장 내 GP 생태계를 넓히려는 설계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분야 1차 위탁운용사 선정은 생태계 전반, 특정목표 지원, 프로젝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생태계 전반 분야에는 도전·소형·대형 리그가 포함됐다. 운용사의 규모와 트랙레코드에 따라 리그를 나누고, 각 체급에 맞는 경쟁 구도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곳은 도전 리그다. 2곳 선정에 35개 운용사가 몰리며 전 리그 중 가장 높은 경쟁률(17.5대 1)을 기록했다. 도전 리그는 운용자산(AUM) 5000억 원 미만이면서 정책펀드 운용 경험이 없는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 대형 출자사업에서는 진입이 어려웠던 신생·소형 운용사에 별도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대형 출자사업에서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신생 운용사들이 국민성장펀드를 성장 발판으로 보고 대거 지원한 결과다.

그동안 국내 정책펀드 출자사업은 검증된 대형 운용사에 유리하게 작동해왔다. 대규모 자금을 맡기는 만큼 운용 경험과 회수 실적, 조직 안정성, 내부통제 체계가 중요한 평가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생 운용사(루키)들은 좋은 인력과 투자 아이디어를 보유하고도 대형 출자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국민성장펀드는 이같은 구조에 별도의 진입로를 만들었다. 도전 리그를 통해 루키 GP를 발굴하고, 소형 리그와 M&A 리그를 통해 중소·중견 운용사의 체급 확장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형 리그는 이미 일정 규모 이상을 운용해본 하우스들이 정책펀드 대표 GP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단순히 정책자금을 배분하는 출자사업을 넘어, 신생 운용사부터 중견 PE, 대형 벤처캐피털(VC)까지 체급별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P 생태계의 성장 경로를 설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전 리그에서 성과를 낸 운용사가 향후 소형 리그로 올라가고, 이후 M&A나 대형 리그에서 더 큰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의 사다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형 리그 역시 자본시장 허리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 리그에는 중소형 PE와 VC뿐 아니라 증권사들이 공동 GP 형태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국민성장펀드가 기존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모험자본 공급자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형 리그는 국민성장펀드의 상징성이 가장 큰 무대다. 수조 원대 운용 경험을 가진 PE와 대형 VC들이 경쟁하는 만큼, 선정된 GP는 정책금융의 핵심 파트너라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민간 LP 모집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리그 시스템이 실제 GP 육성 사다리로 작동하려면 선정 이후 성과 관리가 중요하다. 단순히 루키 하우스에 기회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집행과 회수, 후속 펀드 결성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책펀드 운용 경험이 없는 하우스의 경우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역량도 검증 대상이다. 첨단산업 투자는 기술 변화와 회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운용 조직의 안정성과 투자심의 체계, 사후관리 능력이 부족하면 정책자금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의 의미는 루키와 중견 GP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는 데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루키 GP를 키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주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첨단산업 투자 역량과 내부통제, 운용 조직 안정성을 함께 봐야 장기적으로 GP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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