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논란에 대출·신용평가 넘어 추심 관행까지 점검 가능성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 기조에 금융권 수익성 등 부담 우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금리 단층’ 문제 제기가 민간 배드뱅크의 장기연체채권 논란으로 확산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출·신용평가 체계를 넘어 장기연체채권 관리와 추심 관행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금융의 공공성 논의가 과도한 책임론으로 확장될 경우 건전성과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과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문제를 단순한 서민금융 차원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구조 문제로 바라보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고신용자 중심 대출 관행과 획일적 신용평가 체계, 장기연체채권 관리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취약차주를 고금리 시장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원시적 약탈 금융’발언은 금융의 공공성과 취약차주 보호 문제를 금융권 구조 전반의 이슈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왜 여유 있는 사람은 낮은 금리를 누리고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며 중·저신용자가 겪는 금리 단층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고신용자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중·저신용자는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제2금융권과 대부업 시장으로 밀려나는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이어 5일에는 “은행은 완전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라며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금융업은 면허 산업인데다 예금자 보호와 공적 안전망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단순한 수익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곧바로 이 대통령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김 실장의 글을 언급하며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이라는 지적이 핵심을 잘 짚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관행 속에서 서민들이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꼬집었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중금리대출 확대 수준을 넘어 금융권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대안신용평가 확대와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개선 정도로 받아들여졌지만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논란이 부각되면서 장기연체채권 매각 구조와 추심 관리, 민간 특수목적법인(SPC) 운영 방식까지 점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다만 포용금융 확대가 현실적으로는 자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연체율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는 결국 자본비율 관리 부담과 수익성 저하, 주주환원 여력 축소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록수 보유 채권 처리 역시 구조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록수는 다수 금융사가 참여한 민간 SPC인 만큼 개별 금융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실제 매각과 채무조정 과정에서는 금융사 간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제기한 이상 금융권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도약기금이나 포용금융 확대 자체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최근 메시지는 금융권 전반에 과거 관행까지 다시 들여다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신용평가와 금리 산정, 채권 매각·추심 관리까지 어느 영역이 다음 점검 대상이 될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