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100%가 바꿀 자본시장 지도 [국민성장펀드 운용전쟁] 上-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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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7조원 규모의 경제 성장 마중물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선정에 81개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줄을 섰다. 운용자산(AUM) 5000억원 미만 벤처캐피털(VC)부터 수조원 자금을 굴리는 사모펀드운용사(PE), 모험자본 공급자로 나선 증권사까지 투자 기관들이 대거 운용 전쟁에 참전했다.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경쟁 구도를 살펴보고 경쟁사별 운용 능력과 경쟁력을 짚어본다.

▲여의도 증권가

금융권의 사모펀드(PEF) 출자 환경이 국민성장펀드 도입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은행권의 출자 발목을 잡았던 위험가중치(RWA) 규제가 국민성장펀드에서는 완화되면서, 보수적이었던 시중은행 출자기관(LP)들의 자금 흐름에 변화가 예상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존 은행권 LP들이 PEF 출자 시 직면했던 가장 큰 제약은 400%에 달하는 높은 RWA였다. 바젤III 등 자본 적정성 규제 강화로 위험자산 투자 시 은행이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 부담이 커졌고, 이는 자본 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직결됐다. BIS 비율 관리가 최우선인 시중은행 입장에서 PEF 출자는 RWA가 일반 기업 대출보다 4배 가량 높아 자산 효율성이 낮은 투자로 분류돼 왔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기관을 제외한 일반 시중은행들은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모집하는 펀드) 출자에 대해 극히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이러한 금융권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RWA 100% 적용이라는 유인책을 제시했다. 정책적 목적이 뚜렷한 이번 펀드에 참여하면 RWA를 일반대출 수준으로 낮춰줘, 은행권이 BIS 비율 하락 걱정 없이 모험자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RWA 규제에 묶이면서 PEF 출자 길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며 "시중은행으로부터 신규 출자 확약(LOC)을 받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국민성장펀드 선정 GP들에게 100% RWA 특례가 부여되면서, 출자 기회를 선점하려는 은행권의 참여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를 계기로 중형 사모펀드운용사(PE)들의 펀드레이징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는 연기금·공제회 중심이던 LP 구조가 시중은행까지 확대되면서 자금 조달 창구가 다변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트랙레코드가 부족했던 중소·중형 운용사들도 정책형 펀드를 기반으로 신규 은행 LP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국내 PE 업계에서는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돼 왔다. 대형 기관 LP들이 검증된 운용사 위주로 출자를 집행하면서 중형 운용사들은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자금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이 같은 양극화 구조에도 일부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행권 입장에서도 정책형 펀드는 새로운 대체투자 창구로 평가된다. 저금리 시기와 비교해 채권 투자 매력은 높아졌지만, 수익 다변화 필요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정책 지원이 결합된 PE 출자가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반도체·첨단 제조업 등 국가 전략산업 중심으로 투자 분야가 설정된 점도 은행권의 부담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운용사들의 실제 투자 집행 속도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국민성장펀드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집행을 요구하고 있으며, 비수도권 중소·중견기업 투자와 신속 투자 집행 여부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 자금 모집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실물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RWA 특례와 더불어 민간출자자에 대한 5% 한도 후순위 보강 등 인센티브 구조가 시중은행의 투자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본다. 자본 효율성을 확보한 은행권 자금이 유입될 경우, 위축되었던 국내 인수합병(M&A) 및 중소·중견기업 투자 시장의 유동성 공급에도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된다.

RWA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지원 사격을 받은 운용사들이 실제 시중은행의 자금을 얼마나 끌어모아 목표 결성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가 이번 ‘운용전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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