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와 같은 대규모 도산 사건에 대비해야
"전자채권신고·온라인 집회·청구대행기관...디지털 전환 필요해"

국내 법원에 접수되는 법인파산 사건이 최근 연간 2000건 안팎까지 늘어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티몬·위메프 사건과 같은 대규모 도산 사건에 대비해 전자 채권신고와 온라인 관계인집회 등 도산 절차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개인도산 절차를 한 곳에서 지원하는 ‘통합도산지원센터’ 출범도 예고됐다.
서울회생법원은 11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시행 2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채무자회생법 시행 후 지난 20년간 회생·파산 제도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민호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기조발표에서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 누적 사건 접수 건수가 300만건을 넘어섰고, 법인 도산 사건도 2006년 대비 약 18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개인도산과 관련해서는 유관기관 협업을 강화한 ‘통합도산지원센터’ 구상이 공개됐다. 정승진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올해 하반기 서울회생법원 이전에 맞춰 신용회복위원회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이 상주하는 형태의 통합도산지원센터 출범 소식을 알렸다. 채무자가 법률상담부터 개인회생·파산 신청까지 한 곳에서 연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기업 도산 사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았다. 이날 ‘대규모 사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남승정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전자 채권신고, 미국식 청구대행기관(Claim Agent) 제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대규모 회생사건은 채권자들에게 충분한 절차 참여 기회와 기간이 보장되기 어려웠다. 회생채권자 등 목록이 전자소송시스템 내에서 데이터화되지 않아 이후 절차에서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고, 법원의 신고·조사 기간 역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남 판사는 최근 티몬·위메프 사건에서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 존재와 액수를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당시 관리인은 채무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채권자목록 조회 시스템’을 개설했고, 채권자들은 기존 오픈마켓 아이디로 로그인해 자신의 채권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권자가 금액을 인정하면 해당 내용이 목록에 반영됐고, 인정하지 않으면 채권신고 방법과 신고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했다.
남 판사는 “회생채권자 등이 회생절차에서 채권 신고를 전자적 방식을 통해 간소하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회생채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회생절차의 참여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관계인집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남 판사는 현행 관계인집회는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출석해 의견을 내거나 회생계획안에 투표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혼잡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남 판사는 이를 위해 온라인 관계인집회 근거 규정 도입과 플랫폼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온라인 관계인집회에 참석하는 경우에도 법정에서 진행되는 집회에 출석과 마찬가지로 의견진술권 보장, 의결권 행사 등을 보장해야 한다”며 “의결권 행사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온라인 관계인집회를 위한 별도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파산절차에서 활용되는 청구대행기관 제도도 소개됐다. 대규모 사건에서 채권자 목록 작성과 청구서 관리 등을 전문기관에 위탁해 절차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남 판사는 국내에서도 티몬·위메프 사건처럼 대규모 사건이 늘어나는 만큼, 채권자 목록 작성과 청구서 관리 등을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