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이 이제 이력서보다 사업계획서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 단순한 창업 열풍이라기보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달라진 일자리 인식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창업’ 신속 심사 첫 합격자 발표에서도 이런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체 합격자 130명 가운데 39세 이하 청년층 비중은 63.8%. AI 기술을 접목한 창업 아이디어도 전체의 33.8%를 차지했다. 특히 비수도권 보육기관 신청 비중이 72.3%에 달했다는 점은 단순한 스타트업 유행 이상의 의미를 보여준다.
과거 청년 창업이 대박을 노리는 도전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에 더 가깝다는 해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도 2023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특히 최근 증가세는 대졸 이상 고학력층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신입 채용 문턱은 높아졌고, 공채 문화 역시 빠르게 축소되는 분위기다.
한때 청년층의 목표였던 대기업·공기업 입성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 확산으로 개발·디자인·영상 제작 등 일부 분야의 초기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소규모 창업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모두의 창업’ 합격자 명단에도 AI 기반 아이디어가 대거 포함됐다. 차량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 싱크홀 감지, 정보보안 추적 시스템, 유학 플랫폼 등 기존에는 기업이나 연구소 중심으로 진행되던 영역에도 개인 창업가들이 뛰어드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히 지역 창업 지원이 늘어난 영향만은 아니다. 높은 집값과 치열한 취업 경쟁이 몰린 수도권 대신, 지역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려는 흐름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청년 창업 트렌드도 과거처럼 앱 하나로 대박을 꿈꾸기보다는 지역 기반 생활형 모델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실제 합격 사례에는 전통시장 농·수산물 리패킹, 독립서점과 전통주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등 로컬 콘텐츠 기반 아이디어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로컬 생존형 창업’ 흐름으로 본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자원과 경험을 활용해 작은 사업부터 시작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창업 증가가 혁신 확대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해진 결과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창업 지원사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초기 창업기업 상당수가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창업 증가를 낙관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이 안 되니 일단 창업 지원사업부터 넣어본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과거 스펙 경쟁의 중심이 자격증과 어학점수였다면, 이제는 정부 지원사업 선정 이력이 새로운 경쟁 요소처럼 작동하는 흐름이다.
결국 청년들에게 사업계획서는 더 이상 일부 창업가만의 문서가 아니다. 불안한 노동시장 속에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시험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