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기준 폐지에 소액 이전도 확인 대상…수신 사업자 의무 신설
“STR 보고 부담 급증”…업계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우회 가능성” 우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이 의견 수렴을 마치고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가상자산 업계는 트래블룰 적용 범위가 소액 이전거래까지 넓어지고, 의심거래보고(STR)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추진하는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이 이날 마감됐다. 금융위는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7월 중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은 2월 공포된 개정 특금법의 후속 조치로, 가상자산사업자 진입 규제와 고객확인제도, 트래블룰,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이전거래 규제 등을 폭넓게 규율한다. 핵심은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100만원 이상 이전거래에만 트래블룰을 적용하지만, 개정안은 금액이나 수량과 관계없이 모든 가상자산 이전거래에 송신 사업자의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한다.
수신 사업자에게도 정보 수취 의무를 새로 부과한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이전받는 사업자가 송신 사업자로부터 고객 성명과 가상자산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받도록 규정했다.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해당 거래를 거절해야 하므로 소액 입금도 확인 절차가 끝날 때까지 처리가 보류될 수 있다.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거래에 관한 STR 부담도 쟁점으로 꼽힌다. 개정안은 외국 가상자산사업자나 비수탁형 개인지갑과의 1000만 원 이상 이전거래를 의심거래로 간주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업계에서는 사업자가 거래 패턴과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따져 보고 여부를 판단하던 기존 방식보다 보고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고 본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국내 개정안은 엄격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각국이 1000달러 또는 1000유로 이하의 기준금액을 두도록 권고한다. 미국은 3000달러 이상 거래를 중심으로 트래블룰을 적용한다. 반면 국내 개정안은 모든 이전거래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만큼, 업계에서는 규제 수준과 실무 부담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27개사는 지난달 29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를 통해 공통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다.
한 트래블룰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트래블룰 전건 적용이 즉시 가능하지만, 실무에서는 사업자 비용과 업무 부담, 거래 보류·거절 등 세부 운영 기준 마련이 부담으로 남는다”며 “전건 트래블룰이 적용되면 자금 흐름 대부분이 추적 가능해져 국내에서는 자금세탁 방어 효과가 생길 수 있지만, 개인지갑이나 트래블룰을 쓰지 않는 해외 거래소로 우회할 가능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들은 특히 STR 보고 부담을 크게 본다. 트래블룰은 시스템 연동을 통해 상당 부분 처리 가능하지만, STR은 건별 검토와 보고서 작성, 내부 승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트래블룰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이전 가능한 거래소가 제한되고 일부 해외 거래소에서는 타인 송금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상자산사업자의 STR 건수는 전년 대비 약 8000% 증가해 50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STR은 건별로 이용자 정보와 거래내역을 면밀히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책임자 승인 절차까지 거쳐야 해 부담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