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中 수출금지…글로벌 산업, ‘황산대란’에 연쇄 충격 직면

기사 듣기
00:00 / 00:00

中, 식량 안보 이유로 황산 수출 통제
황산, 비료ㆍ구리ㆍ반도체ㆍ배터리 등 산업 전반 사용
칠레·인도 등 주요 황산 수입국 직격탄
구리 생산 차질 우려에 전기차·IT 산업도 피해

▲중국 장쑤성 난징 항구에서 지난달 14일 근로자들이 고체 황 포대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난징(중국)/AP뉴시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중국의 수출 금지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산업계에 ‘황산·황 공급망’ 경보가 울리고 있다. 비료와 구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황산 공급이 흔들리자 원자재 시장은 물론 첨단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번지는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황산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기 시작했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식량 안보와 비료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황산은 원유·천연가스 정제 과정이나 비철금속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해 생산되며 비료와 구리, 반도체, 배터리, 수처리, 제지 등 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는 핵심 화학물질이다.

중국의 지난해 황산 수출량은 아시아 전체 수출 약 1000만 t(톤)의 45%, 전 세계 수출의 23%를 각각 차지했다. WSJ에 따르면 황산은 부식성이 강해 장기 저장과 운송이 어려워 재고가 수주 단위에 불과하다. 이에 공급 충격에 특히 취약한 물질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수출 통제로 중국산 황산의 주요 수입국인 칠레·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모로코·인도 등이 더 큰 공급망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본격적인 수출 금지는 이달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로이터는 중국이 이미 3월부터 칠레에 황산을 전혀 수출하지 않는 등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일부 수출 통제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구리 생산에 필수적인 황산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중 약 37%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었다. 모건스탠리는 관련 보고서에서 “칠레는 연간 200만 t의 정제 구리를 생산하는 데 중국의 황산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110만 t 규모의 구리 생산이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들은 앞다퉈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건설 확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은 수만 t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 황산 수출 금지 영향으로 구리 가격이 급등해 빅테크들이 더 많은 비용을 소모하는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구리는 중동 전쟁 발발하기 이전부터 늘어나는 신규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미 지난해 미국 내 구리 가격은 전년 대비 약 41% 상승했고,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왔다.

한편 인도네시아 니켈 업체들은 중동산 황 공급 부족으로 생산 감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이라 생산량이 줄어들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불안전성이 커질 전망이다.

에너지 산업 전문 시장조사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중국 내 황산 가격이 약 12배, 칠레는 세 배, 중동산 황은 8배가량 급등했는데 이란전 발발 이후가 상승분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동 정세와 중국의 정책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황산 공급난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서 원가 상승과 생산 조정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WSJ는 짚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