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하이닉스도 비용 부담 커져
비료ㆍ정유ㆍ석유화학 업계도 긴장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국의 황산 수출 금지 조치가 겹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황산은 반도체 세정 공정과 이차전지 소재 생산, 비료 제조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핵심 기초 화학 소재다.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배터리·정유·석유화학·비료 업계 전반으로 원가 부담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황산 원료인 황의 공급도 불안정해졌다. 중동 지역은 황을 원유·가스 정제 과정에서 생산하는데,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다. 중동은 전 세계 황 생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중동의 황산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중국 정부는 식량 안보와 비료 가격 안정을 이유로 황산 수출 제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황산 수출량은 전년 대비 73.3% 증가한 약 465만t(톤)에 달했다.
문제는 국내 산업 구조상 황산 수요처가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웨이퍼 세정 공정에 고순도 황산을 대량 사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상당 부분 국산화 체계를 구축했지만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제조 비용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
배터리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황산은 니켈·코발트 등 양극재 원료 정련과 전구체 생산 과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비중을 확대 중인 하이니켈 배터리는 황산니켈 수요가 크다. 업계에서는 황산 가격 상승이 양극재 가격과 배터리 셀 원가를 동시에 끌어올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비료 업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황산은 인산비료 제조 핵심 원료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국내 비료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농업 생산비 부담 확대 우려도 나온다.
산업용 소재 특성상 공급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황산은 강한 부식성 때문에 장기 저장이 어렵다. 업계에서는 통상 재고를 수주 단위로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공급이 막히면 즉각 생산 차질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석유화학과 수처리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황산은 폐수 처리와 화학 공정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일부 업체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황산은 특정 산업만 쓰는 소재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연결된 기초 원료”라며 “가격 급등이 길어질 경우 반도체와 배터리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원가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구리·배터리 소재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황산 공급 불안까지 겹치며 국내 제조업 공급망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