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특위 민간자문위 '또 빈손' 위기⋯국민연금 개혁 시계 다시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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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례 회의에도 소모적 논쟁만 반복⋯"현재 구조로는 합의안 도출 불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합의된 권고안 없이 이번에도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할 전망이다. 미래 세대 부담 경감, 재정 안정, 노후소득 보장 간극 해결이 시급한 연금개혁 논의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복수의 자문위원에 따르면 연금특위 자문위는 29일 10차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합의사항도 도출하지 못했다. 그간 9차례 진행된 회의는 연금 구조개혁 관련 해외사례 검토와 주요 의제에 대한 발제·토론 수준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소득보장 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주장하는 양측은 각각 기존 입장만 확인했다.

양측의 갈등은 국민연금 국고투입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논의했던 8일 9차 회의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소득보장 강화론 측 정세은·정인영 위원은 ‘국고투입 등을 포함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 및 자동조정장치 도입 사례와 시사점’ 발제를 통해 ‘적립금 유지’를 위한 국고투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적연금 급여액의 약 25%를 국고로 지원하는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지속가능성 확보론 측 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EU 국가들의 국고투입은 가입이 단절된 ‘비기여 기간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으로 치면 크레딧 등 보험료 지원사업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론이 격해지면서 토론은 감정싸움으로 변질했고 발제자인 정세은 위원이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부실한 자문위 운영은 활동 초기부터 예견됐다.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 논의됐던 연금제도 현황과 해외사례 발표가 무의미하게 반복되면서 자문위 내부에서도 ‘무용론’이 제기됐다. 뒤늦게 의제별 토론이 시작됐으나 양측의 이견만 재확인됐다. 초기 의욕을 보였던 위원들이 이탈하면서 9차 회의에는 전체 위원의 절반가량만 대면으로 참석하는 등 동력도 떨어졌다.

근본적으로 자문위원 구성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복지 분야, 국민의힘은 경제·재정 분야를 중심으로 자문위원을 추천했는데, 이로 인해 양당이 추천한 자문위원들은 연금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접근 방식부터 시각차를 보인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와 마찬가지로 애초에 합의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출발한 셈이다.

9차 회의에서 논의된 국민연금 국고투입과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양측이 내세우는 목적부터 다르다. 소득보장 강화론 측에선 국고투입을 적립금 유지 목적으로 주장하며, 자동조정장치를 ‘급여 삭감장치’로 단순화한다. 반면 지속가능성 확보론 측에선 미적립부채 해소를 목적으로만 국고투입 필요성을 인정하며 자동조정장치를 ‘미래세대 부담 완화’ 목적으로 제시한다.

한 자문위원은 “지금은 어느 방향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의 구조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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