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 실적, 은행 비용부담과 연동
금융위,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 출범

정부가 은행권 신용대출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낮추는 이른바 ‘여신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과거 연체 이력과 담보에 의존하던 평가 방식을 결제·통신·매출 등 대안정보 중심으로 개편하고, 은행의 포용금융 실적을 실제 비용 부담과 연계해 공급 확대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용평가체계 개편론에 불을 붙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힘을 실으면서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을 출범시키고 대출 심사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순히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자는 차원의 접근이라기보다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간 신용층과 금융 취약 계층의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고민을 이어가고 있으며 시장 기능과 금융권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관련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핵심 의제는 세 갈래다. 우선 신용평가체계를 바꿔 중·저신용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반영한다. 기존 평가는 금융거래 이력이 얇은 차주에게 불리했다. 당국은 결제 이력, 통신요금 납부 정보,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 등을 활용해 심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은행의 포용금융 실적을 비용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새희망홀씨와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 실적을 서민금융 출연금 요율 등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대출을 늘린 은행은 부담을 낮추고, 실적이 저조하면 더 큰 부담을 지운다. 포용금융을 은행의 자율 공헌이 아닌 ‘경영전략’ 지표로 강제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인터넷은행과 상호금융의 역할도 재정립한다. 인터넷은행이 고신용자 중심 영업에 치우쳤는지, 상호금융이 서민금융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은 중·저신용자가 겪는 ‘금리 단층’ 현상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는 연 5% 안팎이었으나, 중신용 구간은 신용점수 몇 단계 차이로 연 10.7%까지 치솟았다.
대출 공급의 쏠림도 심각하다. 은행권 신용대출의 92.7%가 700점 이상에 집중됐고, 600점대 이하 비중은 7.4%에 그쳤다. 중금리대출 시장도 위축세다. 지난해 전 업권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는 27조81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1000억원 감소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포용금융 실현 정도에 따라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며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신용평가시스템이 잔인한 장벽이 아닌 튼튼한 안전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건전성이다. 경기 둔화 시 중신용 구간의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어 은행권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대출 확대만 강조할 경우 부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이 비용 부담과 연결되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정교한 신용평가와 함께 충당금 부담 완화, 보증 연계 등 정책적 보완 장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