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원전 중심 규제체계 손질…2030년까지 단계적 개편
글로벌 주도권 경쟁 본격화 “기술 넘어 제도·공급망 역량까지”

SK이노베이션이 소형모듈원전(SMR) 인허가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섰다. 정부가 차세대 SMR 인허가 기준 마련을 위한 규제연구반 출범 등 규제 체계 구축을 본격화함에 따라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SMR 주도권 경쟁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인허가 등 법·제도 기반까지 아우르는 ‘속도전’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MR 사업 개발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인력은 SMR 사전 인허가 준비와 규제기관 대응 업무를 맡는다. 특히 비경수형 SMR 인허가 체계 이해도를 갖춘 인력을 우대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내 SMR 인허가 체계가 준비 단계에 들어서는 시점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비경수형 SMR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한 규제연구반을 출범했다. 용융염원자로(MSR)와 고온가스로(HTGR) 규제연구반도 순차 구성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기존 대형 원전 중심의 안전 규제 체계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제도가 대형 발전용 경수로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SMR의 다양한 혁신 기술에 맞는 안전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이 협력 중인 미국 테라파워 역시 SFR 기반 4세대 SMR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SFR 규제 체계 정비가 본격화하면서 인허가 대응 역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SMR 시장은 기술 경쟁을 넘어 인허가와 규제 체계 구축 속도가 상용화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라파워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건설 허가를 획득하고 지난달 착공에 돌입했다. NRC가 비경수형 상업용 원자로에 건설 허가를 내준 건 약 40년 만인데, 기술 검토 기간이 18개월에 불과했다. 중국은 이미 2023년 고온가스로형 SMR ‘HTR-PM’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경수로형 SMR ‘ACP100(링룽1호)’도 상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정부 주도의 혁신형 SMR(i-SMR)은 2월 원안위에 표준설계인증(SDA)을 신청했으며 2030년 건설허가,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i-SMR은 경수로형 기반으로, 비경수형 SMR은 규제 체계 정비가 이제 막 본격화하는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SMR은 원자로 기술만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 인허가와 규제 체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