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자의 응급상황은 젊은 연령대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의 신체는 젊은 사람에 비해 충격에 반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고령자 응급상황의 약 30%는 초기 증상을 단순한 노화로 여겨 진단이 지연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심장질환은 신속한 초기대응이 예후를 좌우하는 만큼, 평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협심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70만531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은 70~79세로, 남성과 여성 환자가 각각 13만6736명, 9만1024명 발생했다. 같은 해 심근경색증 역시 전체 환자 14만3310명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의 비율이 높았다. 심근경색증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남성에서 60~69세(4만448명), 여성에서 80세 이상(1만1420명)으로 집계됐다.
심장 질환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한다. 대표적으로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관상동맥이 얼마나 많이 좁아져 있는가, 어느 부위의 혈관이 막히는가에 따라 증상의 정도와 치료 방식, 치료 최적 시간의 길이가 결정된다. 심장마비로 불리는 급성 심근경색은 혈관이 완전히 막혀서 빠른 속도로 심장 근육이 죽어 가는 응급상황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극심한 가슴 통증이다.
고령자의 심근경색은 젊은 사람과 달리 전형적인 가슴 통증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가 많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나고 명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심장의 하벽 부위에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상복부 통증으로 나타나 급성 위염이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전신 쇠약감도 고령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이다. 환자는 갑자기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평소 건강하던 고령자가 갑자기 피로를 호소하면 심장마비를 의심해야 한다. 또한 심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어지럽거나 의식이 흐려질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 있는 고령자는 신경 손상으로 인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비전형적 증상만 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하면 신속히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고령자 대상의 심폐소생술은 젊은 사람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는 가슴 탄력성이 떨어져서 효과적인 압박을 위해 가슴뼈 아래쪽 절반 부위를 정확하고 깊게 눌러야 한다”라며 “혈관이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과도한 압박은 내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자는 목 관절이 뻣뻣하고, 입속에 틀니가 있거나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기 쉽다. 기도 확보에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인공호흡 시에도 이런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응급조치 후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면서 환자의 약물 복용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령자는 평균 5~7가지의 약물을 복용하며, 이 중 상당수가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많은 고령자와 가족들이 약물 정보를 모르고 있어 응급상황에서 치료가 지연되거나 부적절한 처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혈액 희석제 복용 여부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최우선으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심장 약물, 혈압약, 당뇨병 약물 정보도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복용 중인 약물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라며 “평소 집에서 약을 보관하는 상자나 봉지를 함께 가져가면 의료진이 정확한 약물명, 용량, 복용법을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물을 가져갈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약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평소 핸드폰에 저장해 두는 것이 좋다”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와 같이 복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