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뛰면 농산물값도 흔들린다…정부, ‘에너지 버는 농촌’ 로드맵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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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유가 충격에 농가 경영비 부담 커져
태양광·바이오매스·농기계 전동화로 7월까지 전환안 마련

중동전쟁 이후 농업용 면세유와 비료·사료값 부담이 커지면서 농촌의 에너지 의존 구조가 농정의 새 리스크로 부상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농가 생산비가 뛰고, 생산비 부담은 농산물 가격과 밥상물가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농업을 ‘에너지 소비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농촌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득으로 연결하는 전환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업·농촌 에너지 대전환 전략 마련을 위한 TF’ 첫 회의를 열고 7월까지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세부 이행과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TF는 단순한 탄소중립 대책이라기보다 농가 경영비와 농촌 소득, 식량안보가 맞물린 구조적 대응에 가깝다. 최근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는 농업용 면세유와 비료·사료 지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기름값과 원자재값이 오르면 생산비가 바로 뛰고, 이는 농산물 가격과 밥상물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이날 내건 방향도 이 지점에 맞춰져 있다. 농촌 마을은 태양광과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시설원예·축사·산지유통센터 등 농식품 가치사슬은 고효율·저비용 구조로 바꾼다. 간척지와 저수지, 가축분뇨, 영농부산물 등 농업·농촌 자원은 국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25년 11월 20일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 '마을 태양광 발전소'를 방문, 발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영농형 태양광과 햇빛소득마을이다. 농지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 수익도 얻는 방식인데, 농촌 소득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농지 훼손, 주민 수용성, 수익 배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돼 왔다. 새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영농형 태양광과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촌 소득 안정의 핵심 과제로 제시된 바 있다.

TF는 이를 농촌공간 재구조화와 연계해 설계할 방침이다. 농촌 에너지 자립반은 영농형 태양광 확산, 햇빛소득마을·에너지자립마을 조성, 농가 자가 태양광 보급 등을 재생에너지지구 제도와 연결해 검토한다. 난립식 태양광이 아니라 일정한 공간계획 안에서 주민 수용성과 농업 생산을 함께 보겠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제도 설계의 속도보다 수용성 확보가 먼저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농촌 마을의 에너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와 함께, 관계법령 등의 제도에 현장의 목소리를 신속하게 반영하는 등 현장 밀착형 지원방안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생산 과정의 에너지 구조도 손질된다. 농업 에너지 전환반은 내연기관 중심의 노후 농기계를 수소·전동화 농기계로 전환하는 방안과 시설원예·축사에 재생에너지 및 고효율 설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와 도축장 등 가공·유통시설에는 자가 태양광을 보급해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쓰는 지산지소형 모델도 논의한다.

농기계 전환은 기술 상용화가 관건이다.

김용주 충남대 교수는 “전기·수소 활용 친환경 농기계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농작업별 특화 기종 등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과 같은 중장기적 사업 추진과 동시에 출력, 작업시간, 충전여건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적극 발굴해 신속한 상용화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상 태양광 발전. (사진제공=한국농어촌공사)

대규모 농업기반을 활용하는 문제는 더 민감하다. 저수지와 간척지는 재생에너지 생산 잠재력이 크지만, 본래 기능인 농업용수 공급과 농업 생산 기반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농식품부는 대규모 농업기반 활용반을 통해 농지와 간척지, 저수지, 가축분뇨·영농부산물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수익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상생 모델도 살펴보기로 했다.

윤성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에너지처장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을 활용하는 경우 주민수용성 확보와 함께 농업생산기반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조화로운 사업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련 제도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관건은 로드맵이 농촌 현장의 체감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농촌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과 농가 소득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지만, 수익성 검토가 부족하거나 주민 참여 구조가 약하면 또 다른 갈등 사업이 될 수 있다. 농지 이용 규제, 발전 수익 배분, 임차농 보호, 영농 지속 여부 확인, 계통 접속 문제 등도 향후 로드맵에서 풀어야 할 쟁점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에너지 안보가 곧 식량 안보”라며 “국가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부합하는 농업·농촌 에너지 전환 기본원칙과 성과 지표의 설정, 관련 제도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TF에서 논의된 주요 과제를 바탕으로 농업·농촌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재정사업 등을 적극 발굴해 에너지 전환이 농업·농촌의 에너지 자립과 함께,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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