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실 괴리 큰 농지 임대차 시장... "규제보다 합법적 출구 전략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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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 간담회 개최...농지 전수조사 앞두고 정책 방향 논의

▲농지 전수조사 조사원 모집 포스터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이달부터 본격화되는 가운데, 농지 임대차 시장의 음성적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규제보다는 실질적인 '합법적 출구 전략'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4월 23일 개최한 '농지 임대차 시장 현황분석 및 개선과제' 전문가 간담회 자료를 보면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국내 농지 임대차 시장은 수요와 공급 기반이 동시에 약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농지 임차 면적은 2013년 85만6000헥타르(ha)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약 1만3600ha씩 감소하고 있으며, 임차료율 또한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임차지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ha 이상 소수 대농에 임차지가 집중되면서, 중소규모 농가는 붕괴하고 새로운 농가가 시장에 진입해 성장하는 사다리가 사실상 끊긴 상태다.

공급 측면에서는 고령 농업인과 상속을 받은 비농업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이 공식적인 농지은행 시스템을 이용하기보다는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음성적 거래를 선호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주들이 직불금 수령이나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과 같은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실제로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짓는 것처럼 꾸미는 '위장 자경' 등 편법 관행에 쉽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단속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채광석 연구위원은 지주들이 스스로 농지를 공공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방안으로 △농지은행 위탁 시 자경 의무 이행 간주 △농지연금 및 직불금 수급 조건 연계 △부채 조정과 연계한 장기 임대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제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농촌 현장의 불법 임대차는 고령농의 노후 자산 보전 욕구와 청년·전업농의 현실적 필요가 결합된 구조적 산물"이라며,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례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농정당국의 명확한 기준이 사전에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앞으로도 농지 소유자의 심적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활용도를 높이는 합법적 임대차 활성화를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 구축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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