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라고 하면 테슬라를 먼저 떠올리는 운전자가 많다. 차가 차선을 따라가고, 앞차와 간격을 맞추고, 일부 상황에서 방향을 조정하는 기능이 이미 승용차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차량에 적용된 주행보조 기능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택시·버스 서비스는 성격이 다르다.
국토교통부는 7일 경기 화성에서 전국 17개 시·도와 자율주행 기업이 참여하는 '제4차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광역협의체'를 연다고 6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를 포함한 규제 합리화 과제, 지방정부와 기업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서울 강남 심야 자율주행 택시와 강원 강릉 벽지노선 자율주행 마실버스 등 대표 사례도 공유된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FSD(완전자율주행)로 불리는 기능은 이름 때문에 완전한 무인 운행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토파일럿과 FSD 기능은 운전자의 적극적인 감독을 필요로 하며,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운전자가 책임지고 주행 상황을 살펴야 하는 운전자 보조 기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반면 자율주행 택시·버스는 개인 운전자의 편의 기능이 아니라 승객을 태우는 교통서비스다. 정해진 구역이나 노선에서 운행하고, 호출·요금·안전관리·사고 대응 체계 등이 함께 붙는다. 같은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개인 차량 기능과 교통 서비스는 규제와 책임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강남 심야 자율주행 택시는 도심형 호출 서비스 사례다. 서울시는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강남 운행 구역 내에서 '카카오T' 호출앱을 통해 탑승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3월 16일부터는 운행 대수를 기존 3대에서 7대로 늘렸다.
서울시는 택시형 서비스뿐 아니라 새벽 시간대 이동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자율주행 서비스는 한 가지 형태로만 확산되지 않는다. 도심에서는 심야 시간대 이동 수요를 보완하는 택시·버스형 서비스가 등장하고, 대중교통 취약지역에서는 버스 노선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서울처럼 출퇴근·심야 이동 수요가 많은 지역과, 강릉 벽지노선처럼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필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강릉시는 연곡면사무소와 삼산보건진료소를 잇는 구간에서 자율주행 마실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안내 자료에 따르면 이 노선은 정류장 49곳을 두고, 자율주행 운행구간 편도 10㎞와 수동구간 편도 3㎞로 구성됐다. 콜센터와 QR코드 예약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 서비스가 전국에 같은 모습으로 깔리기보다 지역 교통 수요에 맞춰 택시형, 버스형, 셔틀형 등으로 나뉘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도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지역별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검증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택시나 버스라고 해서 곧바로 운전석이 빈 차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서비스는 대부분 정해진 구역이나 노선 안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안전관리자 동승 등 안전장치를 둔다.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승객 운송에 적용하되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절차를 함께 두는 단계다.
자율주행차가 아무 도로나 달리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범운행지구 지정, 도로 환경, 신호 체계, 정류장 위치, 원격 관제, 안전관리 인력, 사고 대응 기준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실제 승객을 태우려면 "차가 스스로 갈 수 있느냐"뿐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지느냐"도 정리돼야 한다.
이에 따라 사고 책임 문제도 남아 있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 사고는 대체로 운전자 과실 여부를 중심으로 책임을 따진다. 반면 자율주행차 사고는 운전자뿐 아니라 자동차 제작사,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 운송사업자 등 여러 주체의 책임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국토부가 2027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TF는 사고 유형을 분류하고 책임 판단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해 보험 처리와 보상 절차를 표준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결국 자율주행 택시가 동네마다 보이지 않는 이유는 기술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개인 차량의 주행보조 기능과 승객을 태우는 교통서비스는 요구되는 안전·책임 기준이 다르다. 운전대 없는 차가 일상이 되려면 자동차 기술뿐 아니라 도로, 제도, 보험,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체계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자율주행은 차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새 교통수단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