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선 유진 회장, 선종구 측에 원천징수세액 130억여원 지급해야
법원 "환급 가능성 있는 세금은 지급 청구권 없어"

하이마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비롯된 송사가 10여 년 이어지는 가운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에게 약 13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게 됐다. 앞선 400억원대 약정금 소송에서 진 유 회장이 돈을 건네면서 원천징수 세금 약 130억원을 빼고 줬지만, 법원이 두 사람간 맺은 ‘세후 400억원’ 약정에 따라 원천징수한 세액도 유 회장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최종진 부장판사)는 최근 선 전 회장이 유 회장을 상대로 낸 약정금 관련 세액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유 회장이 선 전 회장에게 약 13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사건은 2007년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했고, 이듬해인 2008년 유 회장과 선 전 회장은 계약서를 썼다.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 대표이사로 계속 일하는 등의 대가로, 유 회장이 2013년까지 세후 4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경영권 갈등 끝에 2012년 하이마트는 롯데에 매각됐고, 이후 선 전 회장은 유 회장에게 약정금을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선 전 회장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돼 340억원 상당의 금액이 인정됐다.
이번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유 회장은 약정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소득세·지방소득세 약 130억원을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선 전 회장 역시 해당 약정금과 관련해 별개로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약 160억원의 소득세를 추가로 신고·납부했다.
이에 선 전 회장은 ‘세후 400억원’ 약정에 따라 위 세금 역시 유 회장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며 총 290억원 상당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선 전 회장 측은 “세후 400억원은 관련된 세금 부담 없이 종국적으로 귀속되는 경제적 이익이 400억원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원고가 수령한 각 판결금에 관해 원고가 납부하게 된 일체의 조세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 측은 선 전 회장이 추가로 신고·납부한 세액에 대해 “원고의 거주국이 캄보디아인 경우, 한국과 캄보디아 간의 조세 조약과 소득세법에 따라 원고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또는 면제 신청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어 “원고가 비거주자로서 부담하지 않아도 될 세금을 만연히 부담한 경우까지 피고가 이를 보전해 줄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 전 회장의 현 거주지가 묘연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 끼친 혐의로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됐지만, 형 집행 전 해외로 도피해 캄보디아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세후’의 의미는 원고에게 과세되는 세금을 피고가 부담해 원고가 수령하는 경제적 순이익이 400억원에 이르도록 보장하는 내용”이라며 원천징수세액에 대해선 지급 청구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선 전 회장이 추가로 납부한 소득세·지방소득세 160억원 상당에 대해서는 확정적인 비용이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선 전 회장의 추가 납부세액에 대해 “비거주자로서 원고에 대한 소득세의 면제 가능성이 있다”며 “원고가 세액에 대해 자진신고를 했더라도 이는 사후적으로 번복되거나 시정될 수 있는 잠정적인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캄보디아가 원고의 당시 거주국이어서 원고에게 2023년·2024년 소득세 납세의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지 않은 채, 거주국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세후 약정에서 원천징수세액을 지급의무자가 부담한다는 법리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상 급여와 관련된 사건이었다”며 “기업 간 투자 약정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재판부가 독자적으로 해석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2024년 5월 선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선종구 인도 요청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선 답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양측 모두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 사건은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