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호재로 주가 띄우고 개미에 물량 폭탄…주식시장 불공정 탈세 31곳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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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주가조작 11곳·터널링 15곳·불법 리딩방 5곳 정조준
상장사 자금 유용·차명거래·허위 비용 계상까지 전방위 검증

▲코스피 지수가 7000선을 돌파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앞에서 딜러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신사업 진출과 상장 임박을 미끼로 주가를 띄운 뒤 오른 주식을 개미 투자자에게 떠넘긴 불공정 탈세자들이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일부 상장사는 거래정지와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고, 회사 자산과 이익은 사주일가와 주가조작 세력에게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 7000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세정당국이 시장 신뢰를 훼손한 주가조작, 터널링, 불법 리딩방을 정조준한 것이다.

국세청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31개 업체에 대한 2차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8개, 코스닥 상장기업은 15개가 포함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27개 업체 세무조사에 이은 후속 조치다.

조사 대상은 △주가조작과 회계사기로 이익을 챙긴 업체 11곳 △기업 자산과 이익을 사주일가에 빼돌린 터널링 업체 15곳 △금융 취약계층 투자금을 편취한 불법 리딩방 5곳이다.

주가조작 유형에는 허위정보와 외형 부풀리기로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소액주주에게 떠넘긴 업체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신사업 진출’, ‘상장 임박’ 등을 내세워 일반투자자를 유인하고 페이퍼컴퍼니와 차명계좌를 통해 미리 매집한 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을 숨긴 혐의를 받는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신사업 진출을 미끼로 주가를 조작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회사 자금으로 호화생활을 영위한 사례. (자료제공=국세청)

주요 사례를 보면 주가조작 세력은 제조업 상장법인 A사를 인수한 뒤 실물 거래 없이 거짓 세금계산서 200억원 이상을 주고받고, 사업 여부가 불분명한 현지법인에 투자금 300억원 이상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사업 진출을 가장해 개미 투자자를 끌어들인 뒤 주가가 오르자 전환사채를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구조다.

회사 자금도 사적으로 유용됐다. 이들은 한강뷰 펜트하우스 분양권을 중도에 대표이사에게 무상 이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비용 처리해 10억원 이상의 상장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상장폐지를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 업체는 양호한 경영실적에도 회계감사 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아 감사의견 미달로 상장폐지됐다. 상장폐지를 앞두고 회사 제조기술을 사주일가 지배법인으로 이전하면서 대가를 받지 않은 정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 대상 상장법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주가는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터널링 유형은 상장기업을 사주 개인회사처럼 운용한 사례가 핵심이다. 사주가 사용할 고급 음향장비와 반려동물 용품을 법인 자금으로 사거나, 개인 변호사 선임 비용을 회사가 대신 부담한 사례가 포함됐다.

▲투자를 가장해 사주지배 부실법인에 자금을 지원하고, 사적비용 대납, 사주일가 과다급여 등 터널링으로 이익 제공한 사례 (자료제공=국세청)

한 업체는 투자 경력이 없는 사주 지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5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뒤, 해당 펀드를 통해 사주가 지배하는 부실기업의 전환사채 100억원 이상을 인수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사주 개인의 법률비용 80억원 이상을 대신 지급하거나, 실제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사주 친인척에게 매년 20억원 이상의 고액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또 다른 업체는 사주 배우자가 세운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차명법인과 가공거래를 벌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상장사의 사업기회와 핵심 자산을 사주일가 지배회사로 넘겨 기업가치를 훼손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특수관계법인을 설립한 뒤 허위 용역 거래대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자금을 편법 유출하고 세금은 축소 신고한 사례 (자료제공=국세청)

불법 리딩방 업체 5곳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이들은 유튜브 등에서 유명세를 얻은 뒤 사회초년생과 노년층 등 투자 경험이 부족한 금융 취약계층에게 접근해 고액 멤버십 가입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리딩방 업체는 유료회원들에게 해당 종목을 홍보해 대량 매수하도록 하여 주가를 끌어올린 뒤 전량 매도하는 수법으로 회원 투자자들에게 49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다.

또, 일부 리딩방 업체는 유료 멤버십으로 수십억원대 고정수입을 확보하고도 허위 비용 계상,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운영진 명의로 세운 법인에서 동영상 제작 용역을 받은 것처럼 꾸며 수익을 빼돌린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대상 업체뿐 아니라 거래 과정에 얽힌 관련인과 거래행위 전반을 검증할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재산은닉 등 조세범처벌법상 범칙행위가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주식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로 단 한푼의 이익도 챙길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관련 거래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주식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금융당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불공정 거래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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