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은 안갯속, 사업은 제자리…인프라 업계 덮친 입법 공백 [가상자산 입법 공백의 비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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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거래소뿐 아니라 수탁·지갑·결제 등 생태계 하단의 인프라 기업들도 제도 공백에 따른 사업 지연과 투자 회수 불확실성을 떠안는다. 본지는 입법 공백이 시장에 남긴 비용을 짚고, 인프라 기업들이 제도화 이전의 시간을 어떻게 버티는지 살펴본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상정 거듭 지연…스테이블코인·거래소 규제 쟁점 이견 지속
법인 투자 기준 미정에 수탁·지갑·정산 인프라 사업화 시점도 불투명
지갑·보관업자 수탁액 58% 감소…생태계 하단 기업으로 입법 공백 부담 확산

(챗GPT)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진입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법인 투자와 스테이블코인,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 제도권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탁·지갑·결제 인프라 기업들도 상용화 지연과 투자비 회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모습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5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상정을 추진 중이다. 애초 3월 말 정무위 법안소위 안건에서 제외된 뒤 지난달 내내 논의 가능성이 잇따라 거론됐지만, 법안소위 일정 조정과 쟁점 이견으로 상정은 거듭 미뤄졌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용자 보호에 중심을 둔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넘어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 스테이블코인 규율, 사업자 범위 등을 포괄하는 2단계 입법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발행·유통 분리 등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며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논의가 스테이블코인 보상 쟁점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입법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상원 협상 과정에서 단순 보유에 따른 예금형 수익 제공은 제한하되, 결제·송금·거래 등 실제 사용 활동에 기반한 보상은 허용하는 방향의 초당적 절충안이 마련되면서 법안 처리 기대가 커졌다. 미국도 최종 입법까지 상원 심사와 하원 법안 조율, 대통령 서명 등 절차가 남은 상태다.

국내는 법안 상정 일정부터 반복적으로 밀리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문제는 입법 지연의 부담이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규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인 투자와 실물자산 토큰화(RWA), 스테이블코인 결제 등 제도권 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금융권 협업과 커스터디(수탁), 지갑·결제 인프라 상용화 일정도 함께 지연됐다.

금융위원회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 법인 투자를 위한 내부통제 기준과 매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 법인이 가상자산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하거나 결제·정산에 활용하려면 회계 처리 기준,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체계, 수탁 인프라 등이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법인·기관 수요를 전제로 선제 투자에 나선 인프라 기업일수록 투자비 회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스테이블코인과 RWA,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제도권 사업 논의가 늦어지는 점도 변수다. 이들 사업은 지갑·결제·수탁 등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법적 근거와 회계 처리 기준이 정리되지 않으면 실제 수요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의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갑·보관업자의 총 수탁액은 지난해 6월 말 7000억 원에서 연말 3000억 원으로 58% 줄었다. 영업손익도 상반기 118억 원 적자에서 하반기 151억 원 적자로 악화했다.

업계에서는 입법 공백이 길어지면 국내 가상자산 인프라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관형 커스터디, 토큰화 자산 인프라 정비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국내 기업은 규제 불확실성 탓에 실사용 사례를 쌓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 지연은 법안 처리 일정의 문제를 넘어 생태계 하단 인프라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 나온다. 거래소 규제와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가 입법 논의의 전면에 놓여 있지만, 현장에서는 수탁·지갑·결제 기업들이 사업 차질과 투자비 회수 지연을 체감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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