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중국 업계다. 정부의 전폭적 육성 지원에 힘입어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의 61.3%를 자국에서 생산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산업은 이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자동차 수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보더라도 2022년 국내 전기차 시장의 4.7%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차는 지난해 33.9%까지 확대되며 7배 이상 성장했다. BYD에 이어 지커, 샤오펑 등 중국계 브랜드의 진출이 예상되면서 국내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있으나, 수입 전기차의 급격한 유입은 국내 제조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공급망 확보가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고율 관세와 각종 규제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고,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역내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우대하는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자국 내 생산 전기차 1대당 최대 40만 엔을 세액공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들 국가는 중장기적 산업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전략적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환 과정에서 부담을 안고 있는 산업계가 확신을 갖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고, 해외에서는 현지생산을 요구하는 각국의 산업정책에 대응해야 한다. 수출 중심의 우리 제조업은 해외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국내시장에서조차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완성차를 중심으로 부품, 소재 등 전체 생태계가 연쇄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국내 제조시설에서 생산하여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략산업 제품 생산량에 비례하여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자동차산업은 2만~3만여 부품을 포함한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정책 효과의 파급력이 크다. 나아가 판매량에 비례하여 인센티브가 확대되기 때문에 기업 자발적으로 성과를 높이려는 유인이 작동하고, 이는 소비자 후생 증대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확대의 마중물이라면,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국내 제조 생태계와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장치다. 이는 단순히 완성차 공장만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전력반도체, 배터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첨단 미래차 산업 생태계를 국내에 뿌리내리게 하는 기반을 쌓는 일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전기차 전환은 위기가 아니라 우리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결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