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 '추경' [데스크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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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부장대우
코스피가 7000선을 바라본다. 자산시장은 이미 경기 회복을 선반영하며 낙관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개인과 외국인 자금이 동시에 유입되며 상승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5월 1일 금요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의 출발점이 된 이 날,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고속도로로 최대 9시간 10분이 소요됐다. 통상적인 연휴를 웃도는 수준의 이동량은 단순한 교통 혼잡을 넘어 소비와 여가 활동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억눌렸던 이동과 소비가 동시에 분출되는 모습은 경기 회복의 또 다른 신호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인 한 명은 최근 일본의 한 소도시를 다녀왔는데, 거리에서 들리는 말 대부분이 한국어였다고 한다. 관광지에서는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걸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 여행객이 몰렸다는 것이다. 내수뿐 아니라 해외 소비까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거시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4월 23일 발표한 속보치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분기 2.2% 이후 약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3월과 4월은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출 호조 덕분에 4월 무역수지도 237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이처럼 자산시장, 실물경제, 심리지표까지 곳곳에서 반등 흐름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점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3580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에서 6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한다.

대통령 말처럼 사각지대를 살피고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경제 국면과 맞는 처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미 소비와 이동이 살아나고 있고 성장률 역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범위한 현금 지원이 추가로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보편에 가까운 지급 방식은 단기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는 있지만, 지속성이 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미 회복 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정책 효과가 분산되거나 과잉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재정 여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효율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경제의 핵심 리스크는 중동 전쟁 장기화다.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은 특정 산업과 계층에 집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해운과 항공, 제조업 일부는 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었고, 저소득층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실질 소득이 빠르게 줄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회복 국면이지만 그 안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재원을 넓게 나누는 방식은 정책의 초점을 흐릴 수밖에 없다. 체감 효과는 떨어지고 재정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중동 리스크로 직접 타격을 받은 계층과 산업을 보다 정밀하게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류비 부담이 급증한 운송업 종사자, 원자재 가격 상승에 직면한 중소 제조업, 생계비 압박이 커진 취약계층 등 지원 대상은 분명하다. 이들에게 두텁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경제 안정과 회복을 동시에 높이는 길이다.

코스피 7000은 시장이 보내는 신호다. 회복의 초입에서 재정 정책까지 과거 방식에 머문다면 그 흐름은 오래가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두에게 나눠주기’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집중하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3580만 명에게 나눠줄 돈으로 구조개혁을 위한 시드머니로 활용하는 것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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