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이어 개발까지…美 ‘중국 임상 차단’ K바이오 기회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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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임상데이터 활용 제한 법안 통과
글로벌 제약사, 개발 전략 수정 불가피
통과되면 생물보안법 이어 ‘이중 압박’

▲(사진=AI 생성)

미국이 중국 임상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추진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돼 온 글로벌 신약개발 구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 지형이 재편되며 한국 바이오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는 최근 식품의약국(FDA)이 중국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허가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예산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규제는 올해 10월 1일부터 적용되는 FDA 2027 회계연도 예산법에 포함된 내용이다. 해당 규제가 최종 확정되면 중국에서 확보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중국을 주요 임상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중국은 환자 모집 속도가 빠르고 임상 비용이 낮아 초기 임상시험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왔다.

업계에서 중국의 존재감도 빠르게 확대됐다. 2025년 전 세계 기술이전된 신약의 48%가 중국에서 나왔는데 이는 5년 전 5% 미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에서도 중국 비중은 지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위원회는 “중국의 임상 기관은 환자 안전과 인권 등 독립성을 검증하기 어렵고 FDA의 직접적인 감독도 받지 않는다”며 “FDA가 중국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신약 허가에 활용함으로써 기업들의 중국 임상 의존을 유도하고 기술 노하우가 적대국으로 이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미국이 중국 임상데이터를 제한할 경우 글로벌 신약개발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임상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고 개발 기간 증가와 비용 상승 등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을 대체할 임상 거점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한 임상 인프라와 높은 의료 데이터 신뢰도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임상 수행 역량이 이미 검증됐다는 평가다. 또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 다국가 임상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은 생물보안법에 이어 신약 개발 단계까지 규제를 확대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앞서 생물보안법이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과의 협력을 제한해 생산과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조치는 임상 데이터 활용을 제한해 개발 단계까지 압박하는 성격이다. 결과적으로 개발(임상)과 제조(생산)를 동시에 겨냥하는 구조로 글로벌 바이오산업 전반에서 ‘탈중국’ 흐름을 가속화하는 이중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은 향후 하원 전체 회의(5~6월), 상원 심의(7~9월), 대통령 서명(9월 말)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종 통과되더라도 즉시 시행되지는 않으며 기업들이 임상 전략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정일로부터 1년 이후 제출되는 신청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중국 규제 내용이 완화 또는 삭제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대로 통과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신약개발 자산을 인수하고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생물보안법 이상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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