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의 배신·원유의 한계…합성 연료 시대 열리나 [전쟁이 바꾼 연료의 미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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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주목
日인펙스, 합성 메탄으로 1만 가구 공급 추진
EU, 항공유에 SAF 2% 혼합 의무화 시행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축 자체를 흔들면서 이산화탄소로 가스와 기름을 만들어내는 합성 연료 기술이 핵심 대안으로 부상했다.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환 연료’로 불리며 탈탄소 시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던 액화천연가스(LNG)가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라는 이중 충격 속에서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산업의 혈액’으로 불리는 원유 역시 지정학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며 기존 에너지 체계 전반이 요동쳤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원유와 LNG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며 가격이 급등했다. 더 큰 문제는 아예 공급조차 힘들다는 점이다. 원유는 여전히 대체재를 압도하지만 공급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어 지정학 변수에 가장 민감한 에너지원이다. 특히 항공·해운·자동차 등 운송 부문은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공급 차질이 곧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과 직결되는 구조다. LNG의 경우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도기 연료로서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됐지만 전쟁과 지정학 리스크 앞에서 이 전제가 무너졌다.

이에 수입 의존도가 큰 아시아 국가들은 원자력발전으로 회귀하거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르는 등 대응에 나섰다. 다만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 중심의 대응책인 만큼 항공·해운·중화학 등 기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분야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합성 연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가스를 만들고 나아가 액체 연료까지 합성하는 기술은 원래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으로 개발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탄소 저감 기술이 아니라 탈중동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석유·가스 개발 기업 인펙스(INPEX)의 합성 메탄 생산 설비. (출처 인펙스 웹사이트)

일본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도시가스를 대체하는 합성 메탄 생산 설비를 통해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석유·가스 개발 기업 인펙스(INPEX)가 최근 공개한 설비는 일반 가정 1만 가구의 연간 가스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췄다. 또한 2030년경에는 더 큰 규모의 실증 시설을 건설할 계획도 있다. 오치아이 히로시 인펙스 이사는 “중동에 (에너지원을) 집중시키지 않는 방안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움직임도 빠르다.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합성 연료 개발에 뛰어들었고, 항공업계 역시 ‘지속가능항공연료(SAF)’를 중심으로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항공유에 SAF를 2% 혼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2050년까지 이를 70%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합성 연료는 아직 비용과 생산 규모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지만 기술이 아닌 지정학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재정의되며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에너지 전략의 축이 단순한 비용 효율에서 공급망 주권과 리스크 분산으로 이동하면서 주목받게 된 셈이다. 전쟁이 촉발한 이 변화는 일시적 대응을 넘어 에너지 질서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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