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 역대 최대 배정…도입 확대 넘어 안전·숙련 관리 과제로

농촌 일손 부족을 메우던 외국인 노동자가 이제 농업 생산을 떠받치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는 13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정부가 8개 국어 농장 소통가이드까지 마련한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현장의 불편을 넘어, 외국인 없이는 농번기를 버티기 어려워진 농촌 노동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는 2020년 2만738명에서 2022년 3만4841명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8만5292명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12만993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로 내국인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농번기 현장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는 셈이다.
증가세는 계절근로자가 이끌고 있다. 2021년 543명에 그쳤던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인원은 2023년 2만8683명, 지난해 7만7411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배정 인원은 9만3503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문제는 외국인 인력 도입이 급증하면서 현장 관리 부담도 커졌다는 점이다.
농장에서는 작업 지시, 안전수칙 안내, 숙소 생활, 임금 지급, 병원 이용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농장주와 노동자 간 언어장벽은 여전히 크다. 단순한 의사소통 불편이 작업 효율 저하와 안전사고, 인권침해 우려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달 중 배포하는 ‘우리 농장 소통가이드’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가이드는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네팔, 미얀마, 몽골 등 주요 송출국을 고려해 8개 국어로 제작된다. 겉으로는 작은 안내서지만, 정부가 작업 지시와 현장 회화까지 표준화해 안내해야 할 만큼 농촌 노동시장이 외국인력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다만 소통가이드만으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정책의 초점은 ‘얼마나 많이 들여오느냐’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하게 하느냐’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올해 계절근로자 농업인안전보험 가입, 임금체불 보증보험 의무화, 숙련도 교육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농작업은 품목과 시기에 따라 숙련도 차이가 생산성과 품질에 직접 영향을 준다. 매년 단기 인력이 바뀌는 구조에서는 농가가 반복적으로 교육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노동자 역시 익숙하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단순 인력 수급을 넘어 숙소, 안전, 보험, 숙련 관리가 농업 생산 기반의 일부가 된 셈이다.
결국 8개 국어 소통가이드는 농촌 인력난 해소책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외국인 노동자가 더는 임시 보조 인력이 아니라 농업 생산을 떠받치는 상시적 기반이 된 만큼, 농정의 과제도 인력 도입 확대에서 현장 정착과 관리 체계 구축으로 넓어지고 있다.
농업고용인력 전문가는 “농촌 외국인력 정책은 이제 도입 규모를 늘리는 단계에서 작업 안전, 숙소, 임금, 숙련도까지 함께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소통가이드는 출발점일 뿐이고, 외국인 노동자를 단기 보조 인력이 아니라 농업 생산 기반의 일부로 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