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K-방산, 경제 키우고 평화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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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구매 나선 육해공 무기체계
무에서 유 창조까진 기업애환 서려
10위권 산업 규모 성장잠재력 높아

북유럽의 핀란드는 러시아와 1000km 이상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그런데 2022년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자 바로 중립국 지위를 중단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한화에어로 스페이스가 제작한 K-9 자주포의 전진배치. 이를 위해 4월 9일 5억4620만 유로(약 943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K-9 자주포 운영국은 핀란드를 포함해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호주, 인도, 튀르키예, 이집트 등 총 10개국이 됐다. 북유럽과 동유럽의 대러시아 방어선 전체에 K-9 자주포가 포진한 구도다.

중동에서는 국산 지대공 방공무기체계 천궁-Ⅱ가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탄도미사일과 자폭무인기(드론) 등으로 공격해오자 천궁-Ⅱ가 동원돼 공격을 막아냈다. 천궁-Ⅱ는 LIG D&A가 만들어 수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2일 천궁-Ⅱ를 사례로 들며 “이란 미사일·드론 30개 중 29개를 격추해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사일이 고장나 요격이 필요 없어진 케이스를 빼면 성공률은 100%였다. 천궁-Ⅱ의 실전배치가 기록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중동국가는 미국 중심의 무기조달구조를 한국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방위산업(K-방산)은 1970년대 북한의 위협과 주한미군 철수에 직면했을 당시 박정희 정부의 결단으로 태동됐다.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도 기업의 애환이 서려있다.

한국군이 월남전에 참전했을 당시 미국의 야전무기체계는 환상적이었다. 그때까지 M1소총으로 훈련을 받던 한국군에게 새로 지급된 M16소총의 성능은 경이로웠다. 작은 반동으로 명중률이 높고 청소년이 들기에도 무게가 가벼운 데다 일관성 있는 내외부 설계 덕분에 동일기종 간의 부품교환까지도 가능해 경제성이 높았다. 당시 M16소총이 탐난 한국군은 베트남군을 매수해 M16을 외부에 반출했다. 그리고 미국의 눈을 피해 한국으로 몰래 가져와 국산화를 시도했다.

당시 방위산업의 선두주자였던 풍산금속이 국산화 임무를 맡았다. 풍산은 그럭저럭 모조품을 만들기는 했는데 총탄이 발사되면 총열이 과열돼 명중률을 높일 수가 없었다. 이때 미국 제작사인 콜트사에 출장간 풍산 직원들은 머리에 포마드를 짙게 바르고 공장을 시찰했다고 한다. 그리고 연신 총열과 바닥을 만지고 그 손으로 머리를 다듬는 척했다. 포마드에 묻어 온 금속파편에서 총열의 성분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삼성이 반도체를 시작 할 당시 연구진은 주말이면 일본에 날아가 히타치, 도시바 직원 등과 술 마시고 골프 치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귀국 후 퍼즐조각을 맞추듯 일본의 앞선 기술을 분석하던 것과 같은 과정이었다. K-방산도 기업의 이런 애환을 딛고 우뚝 설 수 있었다. 2025년 K-방산의 수출규모는 154억달러, 2006년 수출이 약 2억5000만달러였음을 감안하면 20년이 채 안 돼 70배나 증가했다.

K-방산의 또 다른 위용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맞춤형 무기체계에 있다. 지상에서는 앞서 말한 K-9 자주포와 천궁-Ⅱ에 더해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가 포진하고 있고 바다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함정과 잠수정이 실전에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지난 달 출고식이 열린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보라매)까지 더해지면 K-방산의 성장은 국민 모두에 감동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쾌거라 아니 할 수 없다.

전 세계가 평화의 환상에 도취해 있을 때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 등 즉각적이고 강력한 안보위협 앞에 무기생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주한미군과 수시로 연합훈련을 하면서 실전을 가상해 최첨단 무기체계를 운용한 점도 큰 강점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으로 무기 수요는 급증하는데 실전과 같은 현장운용 경험이 있는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밖에 없었다.

북한의 위협과 전쟁의 확산만을 얘기할 수는 없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K-9 자주포 1문이 고장나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K-9은 삼성계열사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고 이건희 회장은 그 계열사 문제를 보고받고 ‘매국노들’이라고 분노했다고 한다. 그 계열사를 인수한 한화는 오너인 김승연 회장 특유의 애국심과 집념으로 세계가 탐내는 무기를 만들어 냈다. 풍산의 류진 회장(현 한경협 회장)도 마찬가지, K-방산의 성공 뒤에는 이런 기업인들이 있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세계 무기 수출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점유율 3.0%로 세계 9위라고 했다. 현재 4위인 독일의 점유율은 5.7%, 지금까지보다 거의 두 배가 커져야 세계 4강이 가능하다. K-방산은 그만큼 잠재력이 있다. 안으로는 경제를 키우고 밖으로는 평화를 지키는 효자로 K-방산이 더욱 커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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