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김한진의 시황읽기] 난제에 휩싸인 ‘연준’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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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장기화에 인플레 안갯속
과잉유동성에 통화정책도 효과 無
시장소통속 완화적 태도 유지할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신임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감한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그를 낙점했지만, 워시가 이끌 연준의 항로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원래 워시 후보자의 철학은 명확하다. 이른바 ‘작은 연준’이다. 그는 그간 중앙은행의 과도한 역할과 개입이 시장의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자산 거품을 조장해 왔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특히 비대해진 연준의 자산이 시장 기능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그의 시각은 어쩌면 강력한 양적 긴축(QT)이나 연준의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현실적 제약 요인들로 인해 그의 구상이 즉각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첫째, 중동발 공급망의 회복 지연과 ‘안갯속 인플레이션’ 상황이다. 현재 이중 봉쇄되어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로 개방되더라도 단계적으로 열리거나, 한번 일그러진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의 확실한 안정 추세를 확인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더 필요할 것이다. 물가 안정 경로가 눈에 보이는 데이터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준이 성급하게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더라도, 합리적 집단 의사결정 체제인 연준이 통화정책을 무리하게 운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둘째, 신임 의장의 리더십 구축과 정책 수단에 대한 시장의 신뢰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워시가 언급한 ‘절사 평균(Trimmed-Mean) 물가지수’는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거한 물가 지표인데, 이를 새로운 통화정책 기준으로 채택함으로써 금리 인하의 명분을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연준 내부의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무리하게 금리인하가 단행될 경우, 시장은 오히려 장기금리 상승이라는 역풍과 맞서야 할 것이다. 또한, 연준의 보유자산을 1조달러가량 선제적으로 줄여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은 이론적으로 타당하지만, 올해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금리 급등이나 신용 경색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셋째, ‘인공지능(AI) 생산성 개선’과 현실 물가 지표 사이에는 뚜렷한 시차가 있다. AI 확산이 생산성을 높여 물가 압력을 상쇄할 것이라는 논리는 트럼프의 저금리 요구와 워시의 철학을 잇는 핵심 고리다. 그러나 현실 지표는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는 오히려 반도체 및 핵심 원자재 가격, 에너지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 실제 물가 둔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분석은, ‘생산성 혁신’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당장 금리 인하의 실질적인 근거가 되기엔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투자자들이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중앙은행 리더 개인의 철학보다 그들이 마주한 ‘복합적인 경제 환경’ 자체일 것이다. 워시 후보자가 연준 이사로 재임했던 2006년부터 2011년만 해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80% 수준에서 통제됐지만, 지금은 140%에 다가서고 있고, 재정적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태다. 기록적인 정부부채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고, 기준 금리와 시장 금리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여기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산업 구조의 양극화 현상과 시중에 쌓인 과잉 유동성은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만성적인 금융 완화는 자산 가격의 앙등과 변동성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앙은행이 이 모든 난제에 완벽하게 대응하기엔 세상이 너무나 복잡해져 있다.

결국 어쩌면 지금은 워시 후보자의 말처럼 중앙은행의 역할과 지향점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여러 검토와 합의 과정이 필요한 장기 과제이므로 당장 시장 질서를 흔들 긴박한 재료는 아니다. 워시 후보자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모든 과정은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천천히 신중하게’ 진행할 것을 표명한 바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연준이 시중에 유동성을 늘 넉넉하게 공급하는 게 새로운 정상(뉴노멀)이 된 현실을 직시하는 편이 옳을 듯하다. 중앙은행의 수장 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적 소음이나 정책 기준을 둘러싼 논쟁, 금리 인하와 관련된 뉴스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향후 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진다면 그 근본 배경이 되는 ‘안정된 실물경기와 기업실적’에 집중해서 시장을 읽는 편이 보다 현명하고 실리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어차피 앞으로도 모든 중앙은행은 되도록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향할 것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세계 중앙은행격인 연준은 시중에 유동성을 넉넉히 공급하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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