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첫발, 의정부·안양·평택으로 릴레이 소상공인 백서 3100명 데이터 들고 현장行
이사장이 자리를 비웠다. 본점이 아니라 현장에 있었다. 경기동부상공회의소 간담회장,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명패 뒤에 앉은 것이 아니라 마이크를 쥐고 소상공인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듣기 위해서였다. 경기도 31개 시·군을 한 곳도 빠짐없이, 이사장이 직접 찾아가겠다는 전례 없는 행보의 첫걸음이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온(ON)다! 팝업스토어'. 정책금융기관이 '팝업스토어'라는 단어를 꺼낸 것 자체가 메시지다. 기업이 찾아오는 금융이 아니라, 금융이 기업을 찾아가겠다는 선언. 고정된 창구가 아닌 이동하는 플랫폼으로 정책금융의 문법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 "6월 선거 뒤 공백? 그 전에 우리가 채운다"
타이밍이 핵심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선 교체기. 기초단체장이 바뀌면 지원 사업의 방향 설정이 지연되고, 현장 소상공인은 정책의 무풍지대에 놓인다. 예산은 편성돼 있는데 집행 주체가 교체되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만큼 현장은 버틴다. 경기신보가 선거 전부터 31개 시·군을 선제 순회하며 현장 수요를 수렴해두겠다는 것은, 누가 단체장이 되든 정책 공백 없이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단순한 의견 청취 행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전의 간담회들과 결이 다르다. 경기신보는 이번 릴레이를 '경기도형 금융플랫폼 구축'의 핵심축으로 규정했다. 31개 시·군의 산업 특성과 기업 경영환경을 현장에서 직접 분석해, 지역별로 차등화된 맞춤형 보증을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 지역에 동일한 상품을 일괄 적용하던 방식과의 결별이다.
△데이터를 들고 갔다, 빈손이 아니었다
경기신보가 현장에 빈손으로 간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경기신보는 올해 발간한 '2025 경기도 소상공인 백서'를 꺼내놓았다. 경기도 소상공인 3100명을 2년간 추적 조사한 데이터다. 매출 13.1% 감소, 대출 18.6% 증가, 폐업률 7.7%. 이 숫자들을 먼저 공유한 뒤, 남양주 현장 기업인들의 경영 애로와 제도 개선 의견을 청취했다.
데이터로 진단서를 내밀고, 현장의 목소리로 처방전을 함께 쓰는 구조.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설계한 정책을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와 공급자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정책을 공동 설계하는 '쌍방향 정책 메이킹'의 실험이다.
△ 왜 남양주가 첫 번째였나
첫 방문지로 남양주를 택한 데도 계산이 있다. 남양주는 수소융합클러스터,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AI 기반 클라우드, ECO 산업 등 경기도 전략산업이 집중된 지역이다. 경기신보가 그동안 특례보증으로 지원해 온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정책 효과를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고, 추가 수요를 발굴하기에 최적의 출발점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석중 이사장을 비롯해 남양주시 중소기업·소상공인 유관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체감하는 경영위기의 실태, 보증제도에 대한 현장의 개선 요구가 마이크를 타고 쏟아졌다.

시석중 이사장은 "좋은 정책은 누군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정책기관이 함께 만들어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정책 설계에서 벗어나 현장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31개 시·군을 직접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정책과 지원사업에 충실히 반영해 민선 교체기에도 정책지원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양주 이후 릴레이는 의정부·안양·평택으로 이어진다. 31개 시·군 순회가 끝나면 경기도 전역의 소상공인·중소기업 현장지도가 완성된다. 그 지도 위에 3100명의 백서 데이터와 31개 도시의 현장 목소리가 겹쳐질 때, 경기도 정책금융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 이사장이 31개 도시를 직접 돈다는 것. 말로는 쉽지만 실행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경기신보가 '팝업스토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것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자기선언이기도 하다. 본점에 앉아 숫자를 관리하는 시대는 끝났다. 답은 회의실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 경기신보가 31번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