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서 주식 비중 늘린다”…혼합형 ETF로 ‘우회 투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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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테마·채권 결합 상품 잇달아 출시
국내 증시 반등에 ‘미국형→국내형’ 축 이동
연금 규제 틈새 활용…사실상 주식 비중 확대

▲여의도 증권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테마형 경쟁이 혼합형 상품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연금계좌 내 투자 제한을 고려하면서도 주식 비중을 최대한 늘리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한 주식·채권 혼합형 ETF는 총 7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개가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출시됐다. 특히 IBK자산운용의 ‘ITF 미국AI TOP10국채혼합50’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결합한 상품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테마를 중심으로 한 혼합형 ETF가 잇달아 등장했다. 2월 상장한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담고, 나머지 50%를 단기 국고채 등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등 유사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지수형 혼합 상품도 확대됐다. 하나자산운용은 코스피200과 채권을 결합한 ‘1Q 200채권혼합50액티브’, 코스닥150과 채권을 섞은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를 선보였다.

잇따른 혼한형 상품 출시는 1년 전 상황과 대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미국 기술주와 채권을 결합한 상품이 주류였다. ‘KIWOOM 팔란티어미국30년국채혼합액티브(H)’, ‘KIWOOM 엔비디아미국30년국채혼합액티브(H)’, ‘RISE 테슬라미국채타겟커버드콜혼합(합성)’ 등 미국 대표 성장주 중심의 구조가 많았다.

상품 구성이 국내 중심으로 이동한 배경에는 증시 환경 변화가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증시 반등과 반도체 업종 강세가 투자 수요를 끌어당기면서, 혼합형 ETF도 이를 반영하는 형태로 재편된 것이다. 특히 혼합형 ETF는 연금계좌 투자 규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는 주식형 ETF 등 위험자산 비중을 70%로 제한한다. 반면 주식과 채권을 절반씩 담은 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100% 편입이 가능하다. 이 경우 투자자는 계좌 전체를 혼합형 ETF로 채우면서도 실제로는 주식 비중을 약 85%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제도상 한도를 넘지 않으면서 성장주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우회 전략’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수급도 빠르게 쏠린다.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이달 21일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섰고,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도 23일 기준 5000억원을 돌파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금계좌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고 싶어 하는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며 “혼합형 ETF는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당분간 출시와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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