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넘어 정비까지”…K-조선, 美 함정 MRO 시장 본격 공략 [K-정비 벨트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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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2건·한화 2건…삼성重도 6월 첫 성적표
군수지원함 정비 중심 수주 확대…실적 레퍼런스 축적
글로벌 함정 MRO 186조→316조 성장…기회 확대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 들어 미 해군 MRO 사업을 각각 2건씩 수주한 데 이어 삼성중공업도 첫 입찰 결과를 기다리며 ‘K-조선 3사’의 미국 정비 시장 진입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 실적이 HD현대중공업 1건, 한화오션 2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주 속도는 확연히 빨라졌다.

HD현대중공업은 19일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톤급 화물보급함 ‘USNS 리처드 E. 버드’함 정기 정비 사업을 따냈다. 지난 1월 ‘USNS 세사르 차베즈’함 정비 사업을 수주한 지 약 3개월 만의 추가 수주다. 리처드 E. 버드함은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로, HD현대중공업은 선체·구조물, 추진·전기 계통 등 100여개 항목을 정밀 정비한 뒤 오는 6월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한화오션도 올해 들어 미 해군 MRO 사업 2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산과 진해 등에서 지역 정비업체들과 협력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오션은 앞서 지난해에도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MRO 작업을 수행하며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함정 정비 시장 진입을 이끈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만회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MRO 전문 조선사 비거마린그룹과 손잡고 미 해군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MRO 입찰에 참여했다. 결과는 이르면 6월 중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MRO 자격 확보도 준비 중이다.

MRO는 선박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조선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특히 미 해군 MRO는 단순 정비 물량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 방산 시장에 진입하고, 미 해군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함정 MRO 시장만 연간 약 20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성장성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가 올해 1271억2000만달러, 약 186조5900억원에서 2034년 2154억6000만달러, 약 316조25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군비 증강, 함정 노후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수요가 맞물리면서 정비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이다.

다만 제도적 한계는 여전하다. 현행 미국 법규는 외국 조선소의 함정 정비를 제한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이 당장 접근할 수 있는 물량은 일본을 모항으로 하는 미 해군 7함대 함정 MRO에 국한된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는 초기 수주 실적을 쌓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조선소와의 협력, 자격 확보, 계약 방식 개선을 통해 시장 접근성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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