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급부족 우려 가격에 반영돼
경제쏠림 따른 지역별 정책 펼쳐야

2024년 이후 한국 주택시장은 뚜렷하게 갈라졌다. 전국적으로 보면 집값은 대체로 정체돼 있다. 일부 지역은 여전히 과거 고점 회복이 더디고, 일부는 미분양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 달리 서울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뿐 아니라 주요 지역 전반이 움직이고, 과천·분당처럼 서울과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는 지역도 함께 반응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서울’은 행정구역 서울을 넘어선다. 일자리, 교육, 교통, 자산 선호가 결합된 서울권 핵심 지역 전체가 하나의 시장처럼 움직이고 있다.
다만 이를 ‘서울 전체 상승’으로 단순화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서울 내부에서도 상승은 선별적으로 나타난다. 같은 시기에도 일부 지역은 빠르게 반등하는 반면, 다른 지역은 완만하거나 뒤늦게 움직인다. 즉 서울 역시 하나의 단일 시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여러 하위 시장의 집합이다.
이 점에서 최근 흐름을 ‘전국 상승’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더 정확히는 서울권 핵심 자산시장만 상승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경제적으로 보면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코로나 이후 확대된 유동성이 다시 자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시중에는 여전히 많은 자금이 남아 있고, 금리 상승이 멈추거나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자금은 다시 자산시장으로 향한다. 문제는 이 돈이 전국으로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자금은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집중되는데, 지금 한국에서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서울권 핵심 주거지다.
둘째, 주택금융 확대는 전국 상승이 아니라 서울 집중으로 이어진다. 대출은 전국적으로 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 수준과 자산 기대가 있는 지역은 제한적이다. 그 결과 금융 확대는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기보다 특정 지역 가격을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셋째, 지방의 미분양 누적은 서울의 희소성을 더 강화한다. 최근 수년간 미분양의 98~100%가 서울 외 지역에 집중되고, 서울 비중은 0~1% 수준에 머문다. 이 대비는 시장 참여자에게 “지방은 공급이 남고, 서울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신호를 준다. 즉 지방의 약세가 서울의 강세를 더 또렷하게 만드는 구조다.
넷째, 서울권 공급 축소 우려가 미래 가격을 자극한다. 전국적으로 착공이 줄고, 서울 역시 신규 공급 기반이 약해지면 시장은 미래 공급 부족을 미리 가격에 반영한다. 특히 수요 밀도가 높은 서울에선 이런 기대가 더 빠르게 작동한다.
결국 최근 상승은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다. 유동성, 금융, 공급, 기대가 모두 서울권으로 수렴되는 구조적 현상이다. 한국 부동산시장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라, 서울권 자산시장과 그 밖의 시장으로 나뉘어 움직인다.
시사점은 분명하다. 첫째, 전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전제한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과 비서울은 같은 처방에 다르게 반응한다. 둘째, 공급 정책 역시 총량이 아니라 ‘어디에 공급되는가’가 핵심이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구분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셋째, 이 현상은 국토균형발전의 흐름과도 어긋난다. 자본과 기회가 서울권으로 더욱 빠르게 압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집값 상승이 아니다. 경제 구조 자체가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은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규제나 완화가 아니라, 지역별로 다른 시장 구조를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은 의도와 달리 격차를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만 오른다”는 말은 결과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