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대상확대·법정공시 두고 투자업계·국회 갈등 지속

금융위원회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로드맵 최종안 발표가 또다시 연기됐다. 당초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업계 의견이 예상보다 대거 제출되면서 최종안 조율이 지연된 영향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ESG 공시 로드맵 최종안 공개 시점을 4월 이후로 미뤘다. 국민연금, 포스코 등 주요 기업과 투자업계, 학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서가 제출되면서 이를 반영하는 과정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중 발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ESG 공시 기준과 로드맵 마련 시기를 올해 1분기로 제시했으나 2월 ESG 금융추진단 회의에서 최종 공개 시점을 4월로 조정한 바 있다. 이번에 4월 발표도 미뤄지면서 로드맵 확정 일정은 재차 뒤로 밀렸다.
금융당국은 2021년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이후 일정이 지연되며 현재까지 최종안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만큼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발표한다는 목표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현재 로드맵의 핵심 쟁점은 공시 대상과 법정공시 전환 시점이다. 금융위가 지난 2월 공개한 초안은 2028년부터 연결 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ESG 공시를 단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시 채널은 우선 거래소 공시로 운영하고 제도가 안착된 이후 자본시장법상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구조다.
투자업계에서는 초안상 공시 대상이 협소하고 법정공시 전환 시기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공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에 따르면 초안 기준 공시 대상인 연결 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전체 상장사의 약 7% 수준인 58개사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가량이 금융회사로, 탄소 다배출 기업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과 중국, 호주, 대만 등 주요국이 ESG 공시를 법정공시 체계로 도입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거래소 공시를 거쳐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글로벌 정합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달 공시 대상을 연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시행 초기부터 법정공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국회에서도 ESG 공시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법안별로 공시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거래소 공시가 아닌 자본시장법상 의무공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서 ESG 공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6건 발의돼 현재 소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업보고서에 ESG 정보를 포함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데 이어, 최근엔 국민의힘 정무위 간사인 이헌승 의원도 ESG정보를 담은 별도 지속가능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에서는 로드맵 발표 지연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최종안에서 공시 대상과 법정공시 전환 시점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선 여러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지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발표가 늦어진 만큼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거래소 공시 기간을 최소화하고 법정공시 체계로 빠르게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