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계좌·부동산·차명법인까지 추적…수백억원 추가 징수도 추진

국내 프로리그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세금 신고 없이 해외 리그로 떠난 외국인 선수, 국내 재산이 없다며 버티던 해외 거주 대자산가도 국세청 추적망을 피하지 못했다. 국세청이 해외 과세당국과 공조해 현지 계좌와 부동산, 차명법인 재산까지 들여다보면서 최근 9개월간 해외 은닉재산에서 체납세금 339억원을 환수했다. 단순한 국내 압류를 넘어 해외 재산을 직접 겨냥한 징수공조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국세청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이후 최근 9개월간 3개국 과세당국과 징수공조를 벌여 5건, 총 339억원의 체납세금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한창목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이번 실적은 2015년 이후 이뤄진 전체 징수공조 실적 24건, 372억원의 대부분에 해당한다”며 “현재 특정 체납자의 해외 은닉재산을 포착해 해외 과세당국에 정보교환이나 압류를 요청하는 등 국제공조 절차가 진행 중인 건도 수십 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수백억원 규모의 체납세금이 추가로 환수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재산 추적은 과세정보 교환과 체납세금 징수공조를 통해 이뤄진다. 국세청은 매년 119개국과 금융정보 자동교환을 시행하며 체납자와 해외 금융자산을 식별하고 있다. 163개국과는 개별 사안별 정보교환을 통해 해외부동산 보유 정보 등을 수집한다.
가상자산과 해외부동산 정보교환 범위도 넓어진다. 56개국이 암호화자산 정보교환협정에 서명하면서 2027년부터 해외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매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해외부동산은 2030년부터 보유 및 거래 현황을 상호 교환할 예정이다.
재산 소재가 확인되면 현지 과세당국과 징수공조 절차에 들어간다. 국내 강제징수권은 해외까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외국 과세당국이 체납자의 현지 재산을 압류·추심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국세청은 최근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과세당국 간 실무협정(MOU)을 체결했고, 다수 국가와 추가 협의도 진행 중이다.
실제 환수 사례도 다양하다. 국내 재산이 없다고 버티던 해외 거주 외국인 대자산가는 실거주지국 과세당국을 통한 정보교환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수백억원대 해외재산이 확인되자 본국 소재 재산을 팔아 체납세금 대부분을 납부했다.

국내 프로리그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도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채 출국한 외국인 프로선수도 본국 과세당국과의 정보교환으로 금융계좌 등 재산 내역이 파악되자 국내 대리인을 통해 체납세금을 냈다. 국내에서 사업하다 세무조사 중 해외로 출국한 외국인 사업가 역시 제3국 소재 금융계좌 등이 포착되자 자발적으로 납부했다.
내국인 체납자에 대한 환수도 이뤄졌다. 해외 사업체를 차명으로 돌려놓고 세금 납부를 거부한 체납자의 경우, 국세청은 체납자가 실질 지배하던 해외법인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했다. 이후 제3국 금융기관 예금계좌를 찾아내 해외 과세당국에 징수를 위탁했고, 실무회의를 통해 상대국을 설득한 끝에 예금 전액을 추심했다.
진행 중인 고액 체납 사례도 있다. 수백억원의 세금을 장기간 체납한 국내 사업가는 해외에서 미신고 현지법인을 통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다가 해당 법인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현지 법령과 조세조약을 검토한 뒤 1966년 개청 이후 처음으로 외국 파산사건에 채권자로 참여했다. 현지 전문 로펌을 선임해 파산재판에 참석했고, 확정채권자 지위도 확보했다.
해외 거주 재외국민이 국내 가족에게 자금을 증여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사례에서는 해외 대도시 호화주택이 압류됐다. 국세청은 증여자금을 해외로 송금한 사실에 착안해 현지 과세당국에 정보교환을 요청했고, 체납자가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징수공조를 통해 해당 주택을 압류하자 체납자는 국세청에 전화해 자진 납부 의사를 밝혔다.
한 관리관은 “앞으로도 체납자가 해외 어디에도 재산을 숨길 수 없도록 국가 간 경계 없는 국제공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소중한 국고를 수호하는 한편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