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어르신들의 주거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파격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고가의 실버타운과 공공임대로 양분된 시장 구조를 깨고 중산층 어르신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울형 시니어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27일 어르신들의 무장애 거주환경과 식사·건강·여가 서비스를 결합한 '서울형 시니어주택 공급 촉진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당초 '2040년까지 8000가구 공급'이었던 목표를 '2035년까지 1만 2000가구 공급'으로 수정해 공급 속도와 물량을 모두 끌어올렸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단순한 '집'을 넘어선 '생활 서비스'의 도입이다. '서울형 시니어주택'은 하루 1끼(월 30식) 이상의 식사 제공을 원칙으로 하며 청소, 세탁 등 생활지원과 정기 안부 확인, 의료기관 연계 응급처치 시스템을 갖춘다.
현재 서울 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93만 명에 달하지만, 이 중 77%가 20년이 넘은 노후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약 49만 명의 중산층 어르신들은 고가 실버타운에 입주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고 공공임대 입주 자격에는 해당하지 않는 '주거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임대료를 낮출 방침이다.
시는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시계획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역세권 내 노인복지주택 건립 시 용적률을 30% 이상 도입하면 공공기여를 최대 20%까지 완화해주고, 도심정비형 재개발 시에는 최대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와 30m 높이 규제 완화를 적용한다.
금융 지원도 파격적이다. 토지 매입비 최대 100억 원 융자와 연 4%포인트(p)의 건설자금 이자 지원을 통해 사업자의 초기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입주하는 무주택 어르신에게는 보증금 최대 6000만원까지 무이자 지원을 시행해 실질적인 주거비 경감을 돕는다.
공공토지를 활용한 공급도 병행된다. 개화산역 공영주차장과 서초소방학교 부지 등에 2031년까지 약 800가구를 우선 공급한다. 강남차병원 부지 등 민간 협상 대상지에도 의료시설 연계형 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신규 건설을 통한 공급 확대 외에도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서의 안전한 노후(Aging in Place)를 돕는 대책이 포함됐다. 시는 2035년까지 어르신 주택 1만 가구에 대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집수리를 지원한다. 출입문 달린 욕조, 높낮이 조절 싱크대, 화장실 안전 손잡이 설치 등을 통해 고령층 낙상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한다는 취지다.
이날 강북구의 노인복지주택 '노블레스타워'를 방문한 오세훈 시장은 민·관 협력을 통한 시니어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소득과 여건에 맞는 다양한 주거 선택지를 어르신 스스로 고를 수 있도록 행정은 도시계획 인센티브로 길을 열고 기업은 생활지원에서 여가·건강관리까지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 협력 시니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어르신들께서 편안하고 품위 있는 삶을 이어가실 수 있는 생활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두려움이 아닌 기대가 되는 도시, 노후가 삶의 끝이 아닌 '품위의 완성'이 되는 '삶의 질 특별시' 서울,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