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부부가 24일(현지시간) 베트남 대표 문화 유적인 하노이 탕롱 황성에서 전통 공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베트남 국빈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하노이의 탕롱 황성을 찾으면서 이곳의 역사적 의미가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 부부는 24일 현지시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부부와 함께 탕롱 황성을 방문해 유물 전시를 둘러보고 차담과 전통공연 관람 등 친교 일정을 가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일정이 지난해 또 럼 서기장 방한 당시 한국 측 환대에 대한 베트남 측의 답례 차원에서 세심하게 준비된 행사라고 설명했다.
탕롱 황성은 하노이 중심부에 있는 베트남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탕롱’은 하노이의 옛 이름으로, 보통 ‘승천하는 용’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11세기 리 왕조 시기 본격적으로 건설된 이곳은 이후 여러 왕조를 거치며 베트남 정치권력의 핵심 공간으로 기능했다. 유네스코는 탕롱 황성을 “거의 13세기 동안 지역 정치 권력의 중심지”였던 장소로 설명한다.
단순 관광지가 아닌 베트남 국가 정체성의 상징
▲복원 및 발굴 중인 탕롱 황성. (출처=베트남TV)
탕롱 황성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성곽이어서가 아니다. 이곳은 베트남이 중국의 영향권 속에서도 독자적인 왕조와 국가 체계를 세워온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탕롱 황성은 7세기 중국계 요새 유적 위에 세워졌고, 이후 대월국의 독립과 리 왕조의 성립을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된다.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은 궁궐 건물 전체라기보다 성문, 기단, 유물, 고고학 발굴지 등이 중심이다. 대표적으로 황성의 정문 격인 도안몬, 왕궁 중심 건물인 낀티엔전 터, 18 호앙지우 고고학 유적지 등이 있다. 베트남 관광청은 이곳을 1300년에 걸친 베트남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로 소개한다.
한국으로 치면 경복궁처럼 왕조 권력의 중심이면서, 경주 월성처럼 땅속에 남은 고고학 유적의 의미가 큰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베트남전쟁 시기 지휘시설 등 근현대사의 흔적도 겹쳐 있어, 고대 왕조사와 현대사가 한 장소에 쌓인 복합 역사 유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친교일정을 위해 방문한 하노이 탕롱 황성에서 영접 나온 또 럼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부부와 환영공연을 보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방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탕롱 황성이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 베트남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장소라는 점 때문이다. 정상 간 친교 일정은 회담장 밖에서 이뤄지지만, 외교적 메시지는 오히려 더 선명할 때가 많다. 베트남 측이 한국 대통령 부부를 천년 왕조의 중심지로 안내한 것은 양국 관계를 단순한 경제 협력 차원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보여주려는 의전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베트남 방문은 공급망, 투자, 인프라, 첨단산업 협력 등 실질 경제 의제가 중심이었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 친교 무대가 산업 현장이나 회의장이 아닌 탕롱 황성이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경제 협력을 논의한 뒤 베트남의 역사적 심장부에서 우의를 다진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탕롱 황성 방문은 ‘문화유산 관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정상 부부가 베트남의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을 찾았고, 베트남은 그 장소를 통해 최고 수준의 예우와 답례를 표현했다. 이번 일정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탕롱 황성은 베트남이 “우리가 어떤 역사를 가진 나라인가”를 보여주는 장소이자, 한·베 정상 간 신뢰를 상징적으로 확인한 외교 무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