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현금'·외곽은 '영끌'…대출 규제에 매수 흐름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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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주택 자금 대출 비중 30% 안팎으로 축소
강북·구로 등 확대 흐름…경기 외곽 70~80% 수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서울·경기 주택 매수 흐름이 지역별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은 강남권과 경기 주요 규제 지역은 현금 중심 거래가 늘어난 반면 규제가 덜한 외곽은 대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한 ‘영끌’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2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이 접수된 집합건물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지난해 10월 46.91%에서 지난달 44.11%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경기도 역시 62.50%에서 57.07%로 대출 의존도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채권최고액은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할 때 부동산에 설정하는 담보 상한선이다. 이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리는 돈의 비중이 줄고 자기자본 투입 비중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의 기점은 지난해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 수원 영통·장안·팔달, 안양 동안, 용인 수지, 의왕, 하남)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특히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고, 25억원 초과 주택은 더 엄격히 제한하면서 대출 규제의 강도를 높였다.

실제 가격대를 살펴보면 대출 규제의 영향력이 명확히 드러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의 올해 3월 평균 거래금액은 22억9491만원이다. 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급감하는 기준선인 25억원에 근접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의 3월 평균 거래금액은 5억~8억원대로, 매수 시 6억원 대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경기도 역시 규제 지역으로 묶인 곳들은 대출 문턱이 높아져 자금 조달에 제약이 큰 반면 비규제 지역이나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들은 대출 여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해 실수요자들이 자금 계획에 맞춰 대출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서울은 강남권의 대출 비중 하락이 두드러진다. 서초구의 채권최고액 비율은 지난해 10월 41.77%에서 지난달 29.82%로 11.95%포인트(p) 급감했다. 강남구(43.35%→32.72%)와 송파구(40.39%→30.23%) 역시 10%p 넘게 떨어지며 대출 의존도가 30%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한강벨트인 성동구(48.37%→33.39%)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도 내 10·15 대책 규제 지역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성남시 분당구는 지난해 10월 45.76%에서 지난달 37.93%로 하락했다. 수원시 영통구(57.50%→52.07%)와 하남시(51.83%→47.04%) 등 주요 규제 지역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대출 비중이 오히려 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대조를 이뤘다. 서울 강북구는 지난해 10월 56.69%에서 지난달 61.13%로 오히려 비율이 상승했다. 구로구(54.79%→55.30%)와 성북구(52.10%→52.12%)도 오름세를 보였다.

경기 외곽 및 일부 지역은 규제 지역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부천시 오정구는 지난해 10월 65.72%에서 지난달 83.02%로 대출 의존도가 폭등했다. 안성시(73.70%→67.99%)와 포천시(68.85%→68.78%) 등 비규제 지역들은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의존도가 여전히 70% 선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대출이 사실상 차단된 고가 주택 시장과 달리 중저가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출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영끌' 매수세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부천, 구리, 남양주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적용되다 보니 규제 지역의 진입 장벽을 피한 수요가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전세 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주거 비용 부담이 커지자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규제 지역 지정 전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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