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52만→194만…증가율 전국 1위

평일 오전이었지만 공항 앞 도로에는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일본행 항공편 출국 시간이 가까워지자 캐리어를 끈 이용객들이 빠르게 터미널 안으로 들어선다. 공항이 실제 교통 거점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입구부터 물씬 느껴졌다. 22일 오전 찾은 청주국제공항의 풍경이다.
출국장 안도 마찬가지였다. 체크인 카운터 앞에는 줄이 이어졌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려는 이용객도 끊이지 않았다. 공항 관계자는 “지금이 오히려 한산한 시간대”라며 “주말에는 터미널이 꽉 찬다”고 설명했다.
청주공항에서 만난 한 이용객은 “인천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부담이었는데 여기서는 훨씬 빠르게 출국할 수 있다”며 “노선만 더 늘어나면 굳이 인천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주국제공항은 1997년 4월 문을 연 중부권 거점공항이다. 유사시 수도권 대체공항과 국제화물공항 기능까지 염두에 두고 조성된 공항으로 국토 내륙 중심부에 위치한 입지 덕에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 남부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청주공항이 활기차게 움직인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국제선 여객이 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2년만 해도 국제선 이용객은 2550명에 그쳤다. 엔데믹 이후 2023년 52만2217명, 2024년 146만8685명, 2025년 194만2061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전체 이용객은 135만78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3% 늘었고 국제선 이용객은 65만6302명으로 67.6% 증가했다. 전국 공항 가운데 국제선 증가율이 가장 높다.
성승면 청주공항장은 “불과 2년 만에 국제선 여객이 크게 확대되면서 공항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국제선 운항편수가 국내선을 넘어서는 날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거점 항공사인 에어로케이가 있다. 현재 청주공항 국제선 운항의 약 60%를 맡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이 지방공항 국제선 확대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지역 기반 항공사가 노선을 늘리며 공항 성장을 이끄는 셈이다.
노선도 단순히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었다. 과거 중국 중심이던 국제선은 일본과 동남아, 대만 등으로 확대되며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선택권이 늘자 이용객이 붙고 수요가 다시 노선 확대를 뒷받침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배후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청주공항에 따르면 이용객 비중은 대전·충남이 34%로 가장 크고 충북·세종 29%, 경기 남부 21%가 뒤를 잇는다. 특히 용인·동탄·평택·수원 등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선 인천공항보다 청주공항 접근 시간이 더 짧아 이용객이 점차 늘고 있다. 청주공항이 충청권을 넘어 수도권 남부의 대안 공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산업 기반 확대도 배후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주·오송의 바이오, 천안·아산과 평택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이 커지면서 중부권과 수도권 남부의 인구와 비즈니스 이동 수요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산업·생활권 확대가 청주공항의 이용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용권역이 넓어지면서 공항 접근 교통망도 함께 보강되고 있다. 청주공항은 서울권과 대전, 천안, 충주, 전주, 인천, 강릉, 부여 등을 잇는 왕복 기준 16개 시외버스 노선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평택과 부여 노선은 지난해 신설됐다.
실제 평택에서 청주공항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이용객은 “주로 동남아나 일본을 갈 때 이용하는데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다”며 “노선만 맞으면 청주공항에서 바로 출국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청주공항은 올해 ‘Double 500’을 내걸었다. 여객 500만 명, 매출 500억원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공항장은 올해 11월 중 개항 이후 처음으로 500만 명을 돌파하고 연말에는 550만 명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 강화와 국제노선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제선 터미널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청주공항은 2040년 여객 수요를 약 654만 명으로 보고 이에 맞춘 시설 확장에 나선 상태다. 국내선 터미널은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7년 말까지 약 4770㎡를 늘릴 계획이고 국제선 터미널은 현재보다 약 2배 규모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제선 터미널 증축은 올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주공항 성장의 비결을 ‘틈새 수요를 잡은 전략’에서 찾는다. 인천공항처럼 모든 국제선을 흡수하는 대형 허브가 아니라 수도권 남부와 충청권 이용객이 굳이 인천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노선을 확보하면서 지방공항의 대체재 역할을 키웠다는 것이다.
전승준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청주공항은 수도권 남부와 충청권 사이에 있는 입지 자체가 강점”이라며 “인천공항까지 이동 부담이 큰 이용객에게 단거리·중거리 국제노선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수요가 빠르게 붙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터미널과 주기장 등 기반시설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현재의 성장세를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