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손실 보전은 '원가' 기준 명확화

정부가 물가 안정과 유류 수요 관리를 위해 4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했다.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하 여력이 발생했지만 자칫 유류 과소비로 이어질 우려를 차단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정유업계 손실보전 기준을 기회비용(최대 기대수익)이 아닌 실제 '생산 원가'로 한정하며 엄격한 재정 검증도 예고했다.
산업통상부는 24일 0시부터 향후 2주간 적용할 4차 석유 최고가격을 L(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 2·3차 최고가격과 동일한 수준이다.
남경모 정책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약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현재 정유사의 주유소 판매(공급) 기준 가격은 휘발유 2200원 내외, 경유 2700~2800원, 등유 2500원 내외까지 치솟았을 것"이라며 가격 통제 정책의 뚜렷한 물가 안정화 효과를 강조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고가격제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0.8%포인트(p)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하며 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동결의 핵심 배경은 '거시 물가 방어'와 '수요 관리'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휘발유 8%, 경유 14%, 등유 2% 등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연동하지 않은 것은 역설적으로 '소비 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고가격제가 외려 유류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최대한 유류 사용 절감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남 보좌관은 "국제 가격 변동 폭을 감안하면 인하 여력이 있었으나 국민 경제 상황과 소비 절감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결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제품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4.66%)과 최근 크게 뛴 생산자물가 등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동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유사 손실 보전액 산정 기준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입장도 재차 확인됐다. 남 보좌관은 최근 시장 일각에서 추산한 '정유사 1조2000억원 손실설'에 대해 "정유사들이 제품을 국제 시장에 내다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국제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기회비용을 계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정부의 보전 대상은 원유 도입 가격과 생산 비용 등을 합산한 철저한 '실제 원가'에 기반하며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최고가격제 시행 중에도 시중 주유소의 기름값이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전 2차 최고가격 산정 시 인상됐던 L당 210원의 정유사 공급가액 상승분이 일선 주유소 판매가에 시차를 두고 서서히 반영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주유소 판매 가격이 정부가 억제한 정유사 공급가와 통상 100원 내외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현 수준에서 가격이 크게 더 오를 요인은 없다는 게 산업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달 13일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발생한 정유사의 원가 기반 손실액을 회계법인 검수 후 제출받는다. 이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의 검증을 통해 분기별로 재정에서 전액 보전할 계획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남 보좌관은 "여전히 국제유가가 높고 중동 상황이 불안정해 현재로서는 최고가격제 폐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미국과 이란의 휴전 진전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으로 국제 유가가 완전히 안정화됐다고 판단될 때 종합적으로 폐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선 주유소의 과도한 편법 인상 행위에 대해서도 일일 모니터링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