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아프리카 수교국' 방문 무산⋯"中, 경제제재 앞세워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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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와티니 방문 예정이었나 취소
세이셸ㆍ모리셔스 등 경유국 '영공 통과' 불허
中 "대만 총통이라는 지위는 세상에 없어"

▲라이칭더 대만 총통.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총통의 아프리카 유일한 수교국 에스와티니 방문이 무산됐다. 에스와티니 국왕 즉위 40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라이칭더 대만 총통 측은 "중국 측의 강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총통부 판멍안 비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이셸,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가 예고 없이 전세기의 영공 통과 허가를 취소했다"며 무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실제 방문이 무산된 이유는 중국 당국이 경제적 강압을 포함한 강한 압력을 이들 세 국가에 행사했기 때문"이라며 "강압적 수단으로 제3국의 주권적 결정을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은 항공 안전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국제 규범과 관행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국가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며 지역 현상을 교란하고 대만 국민의 감정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대만 측은 라이 총통을 대신해 특사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총통 역시 페이스북에 "국가안보팀의 권고를 받아들여 방문을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어떠한 위협이나 억압도 대만이 세계와 교류하려는 의지를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국왕 즉위 40주년 행사에 대만 총통을 초청했던 에스와티니 정부는 이번 방문 무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차질이 대만과 오랜 양자 관계의 지위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타바일레 음둘룰리 에스와티니 정부 대변인 대행은 AFP통신을 통해 "국제 여행 일정은 때때로 당사자들의 통제를 벗어난 다양한 물류적·외교적 고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의 관련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세이셸,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등 3국에 대해 △부채 탕감 조치 철회 △자금 지원 중단 △경제 제재 등을 앞세워 압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세이셸·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 등 3국과 중국 간 교역 규모는 약 26억3000만달러(약 3조8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라이 총통은 군주국인 에스와티니의 음스와티 3세 국왕 즉위 40주년과 58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2∼26일 에스와티니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라이 총통은 대만의 글로벌 전략과 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 비전을 밝히고 대만 존재의 필요불가결함과 중국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논법의 모순을 지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중국을 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우자오셰 대만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은 "(세이셸·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 세 국가는 에스와티니로 가는 핵심 항로에 있다"며 "국제 관례에 따라 비행 허가를 확보했음에도 돌연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 역시 중국이 양안 교류 조치를 발표한 직후 라이 총통의 해외 방문 일정을 방해한 것은 '양면 전략'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측이 '라이칭더 총통의 에스와티니 방문 무산'을 발표한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관련 국가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총통'이라는 직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신분을 내세워 행동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스스로 치욕을 자초할 뿐"이라고 견제했다.

아프리카 남부 내륙국인 에스와티니는 기존 스와질란드에서 나라 이름을 바꿨다. 현재 대만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12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한 대만 수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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